지난 기획/특집

서울 시흥동본당 주임 김승훈 신부의 옛 연길 교회 방문기 (8)

김승훈 신부(서울 시흥동본당 주임)
입력일 1999-08-01 09:18:00 수정일 1999-08-01 09:18:00 발행일 1999-08-01 제 2162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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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하얼빈 방문길
목단강 신자들 환송에 감사
일곱째 날 (3월 16일 목요일)

예정에 없던 하얼빈을 찾아가는 날이다. 9시 50분 발 기차를 타기 위하여 조금 서둘러야 했는데 8시가 넘도록 내가 일어나지를 않아서 조 회장님이 걱정하면서 나를 깨워주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역으로 나갔다. 고 신부님을 비롯하여 많은 신자들이 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 신부님께서 친절하게 배웅을 해 주시면서 플랫폼에까지 나오시는 길에 편지 한 장을 전하여 주셨다.

고마우신 분들이다. 우리는 기차에 탔고 신자들은 창문 밖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하면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준다. 눈발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믿음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깊게 느끼게 하여 주었다. 도문에서 여기까지 5시간이 걸려서 왔는데 기차 값이 50전 더 비싸니 아마 더 멀리 가야 하나보다. 4시에 미사를 봉헌하기로 하였는데 시간에 맞추어 갈는지 모르겠다. 3시 30분이 조금 지나서 하얼빈역에 도착하였다. 목단강 조 회장님이 함께 하여주어 많은 짐을 날라주시고 고생을 하셨다. 하얼빈, 안중근 의사께서 이등박문을 쏘아 죽인 장소가 전에는 역 안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새로이 역사를 개축하면서 기념하는 자리를 없애버렸다고 한다.

아직도 눈발은 그치지 않고 조금씩 계속 내리고 있었다. 역 밖으로 나오니 회장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지런히 택시를 잡아타고 성당으로 갔다. 아직 젊으신 신부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미사를 봉헌하였다. 약 서른 명 정도의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하였다.

미사후에 잠시 신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 신부님께서 저녁 초대를 하여주셨다. 가까운 식당으로 안내하더니 산해진미로 처음 보는 요리를 시켜 주어 맛있게 먹었다. 중국 술과 함께 먹었는데 약간 포식을 하였다. 우리의 잠자리가 어떻게 되었는가 물었더니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밤늦은 시간인데 가까운 호텔에 알아보니 방이 있다고 한다. 모두 함께 호텔에 갔더니 방이 나갔다고 한다. 앞에 다른 호텔에 갔더니 방이 있다고 해서 프론트를 거쳐 8층까지 올라갔는데 객실 담당들이 문을 열어 줄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아직 연락을 받지 못해서 라고 한다. 하얼빈 신자들이 화를 내면서 열어 달라고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10분이나 기다려서 문을 열어 주어 들어가서 또 하룻밤을 쉬게 되었다.

<고 신부님의 편지>

우리 목단강 성당은 한국에 계시는 주교님, 신부님들과 많은 형제자매들이 모아주신 정성으로 세워진 김대건(안드레아) 성인 신부님의 성당입니다. 50년만에 처음으로 세워 진 웅장한 성당은 만주 벌판에 널려 있는 조선족 신자들의 보금자리이며, 주님의 성전이며, 우리 민족의 자랑입니다.

매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여기의 신자들은 주님의 성전을 마련하여 주신 한국의 신부님들과 형제자매님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존경하올 김 신부님, 너무나 감사합니다. 시흥동본당 모든 신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국의 어려운 경제위기 가운데서도 우리에게 도움을 주신 모든 교우들의 영육간 건강을 기원합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목단강 신자일동 드림-

김승훈 신부(서울 시흥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