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으로 인해 결혼식만 올린 채 신혼여행을 미루었던 서울대교구내 부부 30쌍이 혜성관광과 필리핀항공 협조로 '아시아의 바티칸' 필리핀에 3박 4일간 무료 신혼여행을 가게 됐다. 날짜는 설날직후인 2월 17~20일.
이들은 마닐라의 팍상한 폭포, 따가이따이 화산지대 등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한편 필리핀에서 제일 오래된 성당으로 꼽히는 마닐라대성당 김대건신부 유적지 롤롬보이 등 가톨릭 유적지를 방문하는 일정을 가지게 된다.
국내에서 특정 항공사가 낙도 어린이들을 초청 비행기 탑승행사를 벌이거나 관광을 시킨 사례는 있으나 관광사와 항공사가 결연하여 가톨릭신자들에 국한, 자선(慈善)형식의 무료 신혼여행을 기획한 것은 처음이다.
이 프로그램을 서울대교구에 제안한 혜성관광 대표이사 김준연씨와 필리핀항공 상무이사 김기태씨.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가톨릭신자가 아니다.
두사람은 이번 일이 정말 '우연하게' 벌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IMF 영향과 직원들의 파업 등으로 서울-마닐라노선이 6개월여 정도 단항됐던 필리핀항공측은 지난해 12월 7일 운항이 재개되면서 이를 알리면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고 필리핀이 가톨릭국가인 점에서 가톨릭신자들 대상의 무료 신혼여행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상을 인선하는데 있어서 가톨릭이 가장 공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감도 크게 작용했다.
김기태이사는 이를 김준연사장과 논의했고 이후 필리핀항공측은 비행기티켓을, 혜성관광측은 숙식과 여행일정을 담당키로 하면서 추진이 가속화됐다. 서울대교구 선교국 (국장=김준철신부)과 상의, 여행에 참가할 부부 인선은 교구측에 맡겼다. 선교국은 각 본당에 공문을 발송, 본당 주임신부 추천을 받은 부부들의 접수를 시작했고 선착순으로 30쌍을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나이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접수된 연령층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연준사장과 김기태이사는 '가톨릭'이라는 특정 종교인들만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영업상 타종교인들에게 고정적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들'에 대해,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의도로 불우한 이들을 돕고자 하는 것이므로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여유있게 말한다.
이들은 비록 가톨릭신자가 아니지만 가정배경을 보면 가톨릭 교회와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다. 김연준사장의 경우 부인 곽성미(루시아. 서울 가양동본당)씨와 세자녀 그리고 형제들이 모두 가톨릭신자이며 김기태이사도 할머니가 독실한 가톨릭신자였기 때문에 어릴적부터 묵주 성모상 등을 가까이 할 수 있었단다.
이런 배경외에도 두사람의 가톨릭에 대한 이미지는 '가장 정직하고 성실한 종교' 라는 표현 같이 밝다. 김사장과 김이사는 처음부터 가톨릭신자를 대상으로 시작한 만큼 여행 실시후 교회안과 참가자들 안에서 좋은 반응이 나오면 앞으로도 계속 추진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장소 등은 상황에 따라 변동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