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회의 정평위·서울 정평위, 제10회 사회교리 주간 세미나 - ‘코로나19와 교회’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12-08 수정일 2020-12-09 발행일 2020-12-13 제 322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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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이 일으켜 세우는 ‘착한 사마리아인’ 절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사태 속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 모색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무관심 대신 사회적 약자들 위해 먼저 손 내미는 착한 사마리아인 영성 적극 실천해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 현재에 대한 역사적 성찰 필요
노숙인·비정규직·이주노동자 등 코로나19 고통에 직접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 현장 상황 공유하며 공동선 실현 위한 각계 노력 강조
‘팬데믹 시대의 신앙 실천’ 중심으로 변화된 신앙생활·사목 패러다임 제시

주교회의·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12월 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개최한 제10회 사회교리 주간 세미나에서 발제자들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제공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황경원 신부)는 12월 5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코로나19와 교회’를 주제로 제10회 사회교리 주간 세미나를 개최했다.

배기현 주교는 인사말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라는 새로운 사태가 주는 시대의 징표를 살펴보고 교회의 길을 찾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이날 세미나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호소처럼 ‘나’의 길이 아니라 ‘하느님’의 길을 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루카 10,33)

기조강연을 맡은 박동호 신부(서울 이문동본당 주임)는 루카복음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소개하며, 이것이 코로나19 시대에 교회가 가야 할 길이라고 제시했다.

박 신부는 “코로나19와 같은 오늘날 정세에서 하느님은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지금 여기서’ 고통을 당하는 분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만지고 일으켜 세우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돼 달라는 절박한 초대를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초대가 절박한 까닭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해 그분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쪽에서 보면 너무 오랫동안 그분의 초대에도 불구하고 형제자매들의 절규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신부는 사람들이 저마다 이구동성으로 ‘코로나19 이후 사회’ 혹은 ‘새로운 정상 사회’를 말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정상 사회는 인간 생명과 존엄, 인권과 공동운명체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박 신부는 힘없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부 역할도 요청했다. 박 신부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저마다 착한 사마리아인을 찾아 연대하면서 그 영성을 되살리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 전염병과 교회

인천교구 역사위원장 장동훈 신부(부천 중1동본당 주임)는 ‘전염병과 교회’를 주제로 발제했다.

문명 시기 이전부터 역사적 맥락 안에서 전염병의 의미를 고찰한 장 신부는 오늘날 해결책 역시 역사적 성찰에서 찾았다.

장 신부는 “대유행 초기에 생각보다 빠르게 다양한 성찰들이 쏟아져 나왔다”며 “대부분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자는 성찰적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모두가 지쳐 시들어 갈 즈음 담론의 주류 언어는 ‘종식’, ‘4차 산업혁명’, ‘비대면’과 같은 ‘내일’과 ‘방법론’에 관련된 것들이었다”면서 “미래에 관한 불안이 역사적 성찰을 압도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기에는 ‘관계 회복’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불확실한 미래의 불안감을 덜어낼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신부는 “이를 위해 ‘어떻게, 누가, 어디서부터’라는 근원적 질문에 도달해야만 한다”며 “‘오늘’에 대한 역사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 코로나19, 사회적 약자와 교회

코로나19로 고통에 직접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는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돈의동 주민협동회 최봉명(바오로) 간사는 노숙인들의 인권을 다뤘다. 최 간사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면서 소외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소외된 이들이 재기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계속 소외된 사람,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을 만들어 가면 노숙인은 계속 우리 주위에 존재할 것”이라며 “이들을 외면하지 말고 우리 사회 속으로 끌어들여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간사는 쪽방이 사적 영역에 속하는 것을 실질적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최 간사는 “시장은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기에 쪽방은 공공 영역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만이 아니라 공동체 이익과 공동선을 가치로 삼고 있는 시민단체, 종교도 공공 영역에 해당된다고 설명한 최 간사는 “쪽방 주민들과 노숙인들처럼 소외받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협동해서 만드는 좋은 세상을 교회의 참여로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희망했다.

비정규 계약직 교육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초·중·고교 방과후 학교 강사의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이 소개됐다.

서신석 방과후 학교 강사(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부대표)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방학부터 개학까지 보릿고개”라며 이 시기 동안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택배와 일용직 노동을 하며 버틴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비정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으면 무급상태다. 서 강사는 “그마저도 코로나19 이후에는 3개월째 수입이 0원이 된 이들도 있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방과후 학교 강사의 생계대책을 마련해 주기만을 바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김수정(루치아) 상담간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주민들 상황을 알렸다.

김 간사는 “코로나19 발발 초기 이주민들은 부족한 감염병 정보로 인해 실제 이상으로 공포를 느꼈다”며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귀국 준비 없이 급하게 귀국행을 택하는 이주민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러스가 성행할 때마다 지역명이 붙으면서 해당 국적 이주민들은 차별과 혐오 대상이 됐음을 설명했다. 코로나19도 초기에 우한폐렴으로 불리며 중국인 차별로 이어졌다.

특히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무료진료소를 통해 치료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이후 무기한 중단돼, 치료받을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소개했다. 이 밖에도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거주환경과 생계 어려움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주민들의 상황을 알렸다.

김 간사는 “이주민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일터, 거주 지역, 신앙공동체에서 인권이 존중되는 양질의 경험을 한다면 본국으로 귀국해 그들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고 복음화하는 또 다른 주체자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주민에 대한 차별, 혐오, 불평등의 현주소를 인식하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코로나19와 교회의 미래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안드레아) 연구실장은 ‘코로나19와 교회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경 실장은 지난 6월 우리신학연구소가 조사 발표한 ‘팬데믹 시대의 신앙 실천’ 내용을 중심으로 현 상황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경 실장은 코로나19로 선명해진 교회 현안으로 ‘적극적 활동 신자 중심의 본당으로 변화 가속화’와 ‘생태적 회개, 공동의 집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을 꼽았다. 사목 제언과 전망으로는 ▲탈성장에 입각한 사목 패러다임 전환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신앙생활을 위한 신앙교육과 양성 ▲사목의 원리로 삼아야 할 공동합의성 ▲시대 흐름에 발맞춘 가톨릭 온라인 콘텐츠 개발 등을 제시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