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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유감] 48. 네 잘못을 뉘우쳐라 / 진성만 신부

진성만 신부ㆍ예수회원
입력일 2020-03-16 15:48:13 수정일 2020-03-16 15:48:13 발행일 1975-05-25 제 96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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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5월 5일 이날은 내가 수도생활을 시작한지 만 35년 되는날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간 예수회의 전통에 따라 수많은 피정 즉 매년 8일 피정 3일 피정 외에도 한 달 피정 두 번, 매일 한시간 묵상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하였던가? 『너는 차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네가 차라리 차든지 그렇지 않으면 덥든지 하였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너는 덥지도 차지도 않고 미지근하기만 하므로 나는 너를 입에서 뱉어버리겠다. 너는 스스로 부자라고 말하고 풍족하며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네 자신이 비참하고 불쌍하고 가난하고 눈멀고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다음과 같이 네게 권고한다. 네가 부자가 되려거든 내게서 불로 단련된 금을 사고, 네 벌거벗은 수치를 드러내지 않으려거든 흰옷을 사서입고 또 네 눈이 밝아지려거든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라. 나는 내가 사랑하는 자일수록 책망도 하고 징계도 한다. 그러므로 너는 열심히 노력하고 네 잘못을 뉘우쳐라』(묵시록 3장15~20절)하는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 생각할수록 진보는 커녕 오히려 퇴보하는것 같고 지금은 현상유지도 어려운 형편에 놓인 자신을 본다. 나는 수많은 피정지도도 하고 남에게는 성인이 되라고 설교하면서 자신은 실천도 못하고 남에게 가난을 설교하면서 제 자신은 필요한 것 편리한 것 모두 갖고 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말씀을 그저 듣기만해서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말고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십시요』(야곱 1장22) 또는『사람이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선한 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죄가됩니다』(야곱 4장27절)하신 말씀은 내가 얼마나 큰 죄인인가를 일깨워준다.

주께서 바리세이들에게 하신 책망이 바로 내가 받아야 할 책망이라 느껴진다. 『자기 주인의 뜻대로 하지않은 종은 매질을 많이 당할것입니다』(루까 12장47절)하신 경고는 바로 내게 하신 경고라 느껴진다. 주님의 엄한 심판을 생각하면서 오로지 주님의 자비를 빈다.

진성만 신부ㆍ예수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