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신앙수기] 십자가는 영광의 빛 <1>

글ㆍ김순희, 그림ㆍ이정희
입력일 2019-11-01 17:46:23 수정일 2019-11-01 17:46:23 발행일 1988-12-04 제 163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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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글을 쓸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성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가 이렇게 항상 감사드리는 것은 천주님께서 우리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찬미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거룩하시고 자비로우신 아빠 아버지, 당신께서 내려주신 모든 은총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는 결혼 한지 18년이나 되며 다섯 공주를 둔 엄마이다. 교우 집안에서 팔 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나 1970년에 남편과 결혼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다고나 할까 그저 세상살이가 거짓이 없고 한마디로 정직한줄 만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삶에 있어서 어처구니 없게도 큰 오착이었다.

결혼 한지 2년 만에 남도 아닌 여동생이 나를 지옥과 같은 구렁텅이로 빠뜨렸다.

나의 남편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머리는 총명했으나 가난으로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잘 먹지도 못하고 그 지긋지긋한 가난이 가슴에 한을 심게 했다. 오직 돈, 돈, 돈, 아내를 사랑하는 것보다 금전을 더 사랑하였다.

결혼을 하여 가장 행복해야할 신혼 생활도 돈 모으느라 지독하게도 가난하게 살았다. 무더운 여름철에도 밥상위에 너무 찬이 없어 남이 볼세라 문을 닫고 식사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혼할 당시 시어머니께서만 성당에 나가시고 교우 집안이 아니었다. 우리부부는 관면 혼배를 받았다. 결혼할 때는 남편이 성당에 다니겠다고 약속해놓고 돈 벌기에 바빠 일체 성당에 나오지 않았다.

돈밖에 모르는 남편에게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모아놓은 돈을 나의 여동생이 빌려달라기에 빌려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무슨 벼락인가? 남편이 돈이 필요하다고 받아오라고 했다. 동생에게 빌려준 돈을 달라고 하니 집을 하나 샀는데 돈이 없다고 하며 집을 팔아야만 돈이 나온다고 그러면서 형부더러 자기 집을 사라고 했다. 나는 돈 받을 길이 없는 것을 알고 남편에게 집을 사자고 권했다. 남편은 나의 권유에 못 이겨 동생 집을 샀었다. 집을 사면서 한 가지 큰 실수를 했던 것이다.

남도 아닌 동생이니까 믿고서 집을 잘 알아보지도 않고 돈을 건넸다. 얼마 후에 등기이전을 하려고보니 가등기로 집이 잡혀있었다. 알고 보니 동생내외가 빚 투성이였다. 돈 한 푼 건지지 못하고 집이 넘어가 버렸다.

남편은 노발대발 화가 나서 나를 못살게 굴었다. 돈을 받아오라고 집에서 쫓아냈다.

셋째아이를 가져 만삭이 된 몸으로 할 수없이 쫓겨나 동생 집으로 가서 어떻게 할 것이냐 하니까 언니가 우선 남의 돈을 좀 빌려 형부한테 드리면 동생내외가 벌어서 갚겠다고 철석같이 약속을 했다. 나는 그 약속을 믿고 남의 돈을 우선 융통해 남편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동생은 돈을 갚아주지 않았다. 하는 일마나 잘되지 않고 형편이 어려웠다.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나에게 돈을 달라고 졸라대었다. 나는 빚쟁이가 되어 사람 사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통을 당해야만 했다.

그렇게 살아온 햇수가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공주 넷을 얻었다. 남편은 남의 돈을 갚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는 나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또 물질적으로도 너무너무 괴롭혔다. 나는 애들 때문에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학대 속에서 늘 살아왔다.

한편 남편은 기계부속상을 차려서 돈을 많이 벌었다. 물론 혼자서 벌은 것은 아니다. 나의 뒷바라지도 컸었다.

본시 시집집안은 바람집안이었다.

글ㆍ김순희, 그림ㆍ이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