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무죄 아동들의 항변 이대로 둘것인가?

노경아 기자
입력일 2018-12-03 15:24:49 수정일 2018-12-03 15:24:49 발행일 1993-12-05 제 188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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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와 함께 이 겨울을

수사과정서 인권침해 사례 빈번
성인보다 신중한 수사태도 필요
범죄수사에서 어린이를 범인으로 몰아놓고 사건을 종결시키는 경우가 많아 어린이 인권침해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만 14세 이하의 어린이는 형사상 피의자로 몰려도 재판을 받지 않고 ‘죄 안 됨’ 처리를 받게 되는 ‘검찰관 사무 처리규칙’이 어린이 범죄수사에서 오히려 어린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수사과정 상에서도 불법구금이나 폭행, 협박, 회유 등 어린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TV방송 등을 통해 널리 보도된 바와 같이 91년 발생한 ‘마포 국교생 살인·방화사건’을 비롯 93년 4월 충남 ‘강경어린이 살인사건’ 등은 이러한 대표적인 예.

대한변협이나 피의자 어린이의 가족들이 수사상 많은 의문점을 제기했으나 거의 묵살된 채 경찰이 사건을 조속히 종결시킴으로써 범인으로 몰린 어린이들은 그 결백을 호소할 데도 없이 한평생 살인자라는 멍에를 쓰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있다.

최근 범죄가 다양화되고 또한 어린이들이 이러한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면서 수사상 어린이들의 인권침해 문제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형사 미성년자의 경우 ‘죄 안 됨’으로 처리돼 서류상 기록이 남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번 뒤집어 쓴 살인자의 멍에와 주위의 따가운 눈총은 어린이가 커갈수록 커다란 마음의 상처와 함께 그 가족들에게까지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주고 있다.

최근「마포 국교생 살인사건」의 경우 국가와 수사경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이것은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피의자 어린이는 형사상 여전히 ‘죄 안 됨’으로 처리돼 있다. ‘강경어린이 살인사건’은 현재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고 특히 어린이들의 인권침해 소지가 높은 ‘죄 안 됨’처리에 관해 헌법 소원심판을 청구해 놓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경어린이 살인사건의 변호를 맡은 성민섭 변호사는 “최근 어린이 범죄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으나 과연 어린이 범죄가 진짜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죄 안 됨 처리를 수사기관이 간편하게 사용함으로써 무고한 어린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밝히면서 “이 어린이들이 범인임을 증거하기 위한 보충수사가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시각에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니세프에서도 이러한 범죄수사나 법률상 어린이 인권침해에 전면 대응할 것이라면서 11월29일 창립한 ‘유니세프 법률가 클럽’을 통해 지난 91년 우리나라가 가입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의 국내 이행을 증진시키는데 본격적으로 나섰다.

“실적 위주의 수사풍토가 어린이들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는 변협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재판을 받고 자신의 무고를 주장할 수조차 없는 어린이들의 범죄수사에 있어서는 어른의 경우보다 더욱 신중히 수사하는 태도가 경·검찰에서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