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맞아 5월9일 서울 상계동 성모 자애보육원(이사장 황우경 수녀)에서는 보기 드문 흐뭇한 행사가 펼쳐져 세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부모가 없이 어렵게 어린 시절을 살아야 했던 성모 자애보육원 출신 고아 3쌍의 결혼식이 성모 자애보육원과 한강 라이온스 클럽(회장 정한오)의 도움으로 이날 오후 2시부터 보육원 마당에서 성대히 거행됐다.
김수환 추기경의 주례로 봉헌된 이날 혼배미사에는 5백여 명의 축하객들이 몰려 역경을 딛고 출발하는 세 쌍의 신혼부부들을 축복했다.
지명숙·윤석 부부, 최종훈·김지희 부부, 조상호·김명희 부부는 그동안 경제적 여건이 허락지 않아 혼인신고만 하고 동거생활을 하고 있던 중 성모 자애보육원 원장 차요한 수녀의 권고로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 이 보육원 출신 지명숙(29세), 조상호(24세), 최종훈(23세)씨는 이날 각각 신랑과 신부를 맞이하며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의 생활이 생각나는 듯 시종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혼배예식을 끝내 하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 추기경은 이날 강론을 통해 “어려운 처지에서 훌륭히 자란 청년들이 하느님 앞에서 성가정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하고 “앞으로 서로 사랑하면서 훌륭히 살아줄 것”을 당부했다.
85년부터 한국 순교 복자회 수녀들이 맡아 운영하고 있는 성모 자애보육원은 앞으로도 보육원 출신 등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정사정이 어려워 혼인을 못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 2~3년에 한 번씩 이 같은 자리를 계속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