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제복을 입고 생활하는 나는 희귀하면서도 엄청난 불안과 공포감을 준 병을 앓았다.
그러니까 작년 늦가을에 접어들면서 나의 몸은 온통 피투성이로 뒤범벅 되었는데, 그 고통속에서도 주님의 따스한 손길은 가까이 왔다.
그때까지의 나의 삶이 진실된 삶이었나를 반성케 했다.
하얀 시트 위에서 생활한지 보름이 넘어 가던날, 흰 시트를 박차고 일어나 중환자에서 경환자로 넘어 오게 되었다. 곧장 우리 병실 바로 옆에 있는 소성당으로 가 감사로 눈시울을 적시며 조금 더 주님께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며 성가를 부르고 나니 하늘을 날을 듯 가볍고 그렇게 흐뭇 할 수 없었다. 그 다음 날부터 그 누구보다도 자상하고 섬세하게 중환자들을 돌보며 생활한 결과, 종교라면 생각도 안해 보고 외면하던 전우들 14명을 불철주야 가르치며 노력한 성과있어 한명도 낙오됨이 없이 영세케했다.
우리는 아침 저녁으로 소성당에 모여 기도했다. 완전 쾌유의 승리를 안고 한 사람씩 보내며, 주님의 지체가 되어 떠나는 것을 볼 때 너무 감개무량했었다. 바로 형제들을 보낼때가 엊그제 내가 마지막으로 10개월의 병실생활을 청산하고 자대 복귀하면서 다시금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면서 지금도 실날같은 생명줄을 잡고 몸부림 치는 환우들에게 쾌유의 은총을 내려주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