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명동의 새 명물 파이프 오르간

이윤자 부장
입력일 2018-03-05 18:32:05 수정일 2018-03-05 18:32:05 발행일 1985-07-21 제 146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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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하고 신비한 선율이 또다시…
전례음악의 진수 맛보게 돼
파이프수만 2천5백77개…가격은 1억원넘어
명동성당이 최근 새 반려자(?)를 맞이했다. 가톨릭 성당과는 끊을 수 없는 선을 가지고 있는 파이프 오르간.

그러나 10수년간 그 선이 끊어진채 외로움을 달래오던 명동대성당은 최근 세번째의 반려자、파이프 오르간을 맞아 대성당으로서의 위용과 면모를 갖추고 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얼굴 명동대성당의 새 명물로 등장、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명동의 파이프 오르간은 7월 13일 오후 7시 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이 주례한 축성미사를 통해 신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선을 보였다. 이날 1천여 신자들은 축성에 이은 시연을 통해 장엄하고 신비한 음색과 선율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성능면에서 국내 최고봉으로 평가되는 명동의 파이프 오르간은 앞으로 전례음악의 진수를 맛보게 해 줄 것은 물론 교회음악의 발전ㆍ보급에도 큰 몫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명동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은 이번이 세번째. 개신교 정동교회에 이어 1924년 한국에서 두번째로 설치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명동의 첫번째 파이프 오르간은 설치계획에서 주문ㆍ설치ㆍ완성에 이르기까지 무려 6년이나 소요되는 등 무수한 사연과 애환을 남기고 있다.

연주해 줄 임자가 제대로 없어 푸대접을 받았던 첫 오르간은 세월이 가고 전쟁을 겪는 동안 낡은데다 고장이 잦았으며 60년대 미국에서 중고 파이프 오르간을 구입하면서 뒷전으로 밀려났고 결국은 사람들의 기억과 관심속에서 사라져버렸다. 두번째로 명동대성당의 2층 성가대를 차지한 파이프 오르간은 72년파이프 오르가니스트 프란쯔ㆍ본 신부(예수회ㆍ일본엘리사벳음대 교수)가 내한、연주회를 가지면서 부각됐으나 70년대 들어 오르간이 너무 낡고 수리마저 불가능、또다시 새 파이프 오르간의 필요성이 절감됐다.

그러나 워낙 고가라 엄두조차 내지못해온 명동성당은 2백주년 준비와 함께 가능성을 모색、세번째의 파이프 오르간 설치를 결심하게 된것.

83년 8월 10일 본 신부가 내한、제3의 파이프 오르간 설치문제가 거론됐고 다시 24일 본 신부가 서독의 파이프 오르간 제작회사 보쉬 씨를 대동 내한、명동성당의 설계도를 검토하는 등 오르간 설치를 위한 위치측량 및 촬영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해 12월 베르느 보쉬회사측과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화된 오르간 설치 문제는 각계의 지원속에 순탄하게 진행、올해 4월 24일 부산항에 입항한데 이어 5월 18일 세관을 통과、명동대성당 2층에 자리를 잡기에 이르렀다.

한편 오르간 조립은 5월 8일 내한한 오르간기사 리챠드 야코비씨와「미카엘 보쉬씨 그리고 조립기사 구스텔 울리히」씨 등이 맡아 하루 10시간의 강행군 끝에 2달만에 완성、모습을 드러냈다.

파이프 오르간은 BC 265년 지중해연안 알렉산드리아의 물오르간(Hydraulus)에 기원. 물오르간은 물의 압력을 이용、공기를 압축시켜 파이프를 통해 공기가 빠지며 소리가 나오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오르간은 900년경 프랑스ㆍ독일 지방의 수도원에 설치되었고 발전을 거듭 11~13세기에는 구라파의 주교좌성당과 수도원에 폭넓게 설치했으며 16세기부터 오늘날과 같은 파이프 오르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르간의 기본구조는「건반구조」「파이프구조」「바람통구조」등 세 부분으로 되어있는데 이 세 가지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시켜 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오르간 연주와 음질의 장단점이 생기게 된다. 구조양식도「기계구조형」「공기구조형」「전기구조형」으로 구분되며 이번에 새로 설치한 명동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은 바로 기계적 구조형.

건반과 바람통 사이를 연결해주는 줄이 나무로 되어있어 건반을 누를때 직접 작동이 가능하며 소리가 아름다운것이 특색인 기계적 구조형은 오르간의 수명이 길고 고장난 곳은 쉽게 알 수 있는 장점이있다. 반면 건반을 누를 때 연주자가 힘이 많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는데 이번 명동 오르간은 기계적 구조형의 단점을 재료 개선과 전기장치로 보완、완벽을 꾀했다.

기계적 구조형、즉 명동 오르간은「머리기구」「가슴기구」「음량조절기구」「발판기구」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파이프수만도 2천 5백 77개、총 중량이 약 4톤정도의 초대형 규모로 2백년의 수명에 수리할 경우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보장돼있다. 가격은 파이프오르간 값만 1억 3천 5백여만원으로 이 가운데 서독 쾰른교구가 약 6천만원을 지원한 것을 비롯、국내 독지가 및 본당신자들의 적극적인 성원으로 결실을 맺었다.

수년간 파이프 오르간설치를 주도해온 명동주임 김수창 신부는『명동성당의 오르간은 명동성당 뿐만아니라 한국교회 나아가 한국사회의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면서『앞으로 명동의 파이프 오르간이 전례의 소중함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면서 종교음악의 발전 보급에 큰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명동성당은 파이프 오르간 설치에 때를 맞추어「파이프 오르간 건립기념연주회」를 7월 20일과 22일저녁7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개최한다. 20일에는 파이프오르간의 세계적인 연주자 프란쯔 본 신부가、22일에는 명동 전속 오르가니스트로 독일「뮌헨」에서 수학、교수자격증을 획득하고 최근 귀국한 조영희(데레사)씨가 각각 연주를 하게 될 이번 연주회는 교회전례음악의 참맛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있다.

이윤자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