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부엌에서 극적으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그분은 한국을 떠나온 지 벌써 1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나 이게 왠 인연인가? 내가 작년 겨울 네팔을 여행할 때 어느 산골 마을에서 만난 적이 있던 분이 아니던가. 우리는 한참이나 웃어야 했다.
내가 머문 숙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통곡의 벽」을 찾아 나섰다. 그곳은 많은 유태인들이 구원의 기도를 바치는 곳이었다. 또한 자신들의 소원을 종이에 적어 벽의 틈 사이에 끼워넣는데 새벽에 내리는 이슬이 벽의 종이들 사이를 타고 흐르는 모양이 마치 사람이 우는 모습 같다고 해서 통곡의 벽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저녁 때는 한국인 여행자와 숙소에서 알게 된 영국인 친구 러셀의 권유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러셀은 한국인보다 더 동양적이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는 친구였다.
다음날 러셀과 예수 탄생지인 베들레헴으로 향했다. 다마스커스문 앞의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22번을 타고 20분 간만 가면 되는데 차비는 1.5세켈. 베들레헴에 도착해서 볼거리라곤 딱 하나뿐인 십자교회에 올라갔다.
십자교회는 예수님이 탄생하신 동굴이다. 우리는 흔히 예수님이 마굿간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어왔다. 성당이나 교회 등지에서 성탄절마다 마굿간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를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사실은 예수님이 탄생한 곳은 동굴에서였다. 그 당시에는 말이나 소를 동굴에서 키웠다고 한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니 예수님이 탄생했던 바로 그 자리에 큼지막하게 은별을 박아놓았다.
다음날은 그 유명한 올리브산으로 올라갔다. 75번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야 나온 올리브 동산에는 유태인 예언자들의 무덤이 첫 눈에 띄었다.
올리브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주님이 울었던 교회, 막달레나 교회, 마리아 승천교회들이 보였다. 마리아 승천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처녀시절 물을 길었던 우물도 있고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있는 유명한 곳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