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입력일 2017-07-14 16:49:05 수정일 2017-07-14 16:49:05 발행일 1993-02-28 제 184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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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의 제14대 대통령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몇 가지 부탁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주지하는 것처럼 김 대통령의 취임은 30여년 만에 이룩되는 문민정부의 출범이라는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와 많은 요구가 있게 마련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안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는 물가불안에서부터 시급히 손을 써야할 경제회생 문제, 민생치안, 부정부패 척결, 교육 정상화, 계층ㆍ지역 간의 갈등과 불균형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밖으로는 끈질긴 쌀시장 개방 압력을 비롯 우리 상품의 전반적인 수출 악화, 그리고 저질 외세문화 및 외국상품의 범람 등으로 나라 전체가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아직도 시원히 뚫리지 못하고 있는 남북한의 관계는 새 대통령에게 큰 숙제로 넘겨졌다.

이러한 국내외적인 현안들을 김 대통령은 오랜 정치적 경륜과 소신 있는 추진력으로 원만히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것은 정직성의 회복과 특권의식의 불식 그리고 인간존중의 사회 확립이다.

먼저 정직성의 회복은 인간양심의 회복이다. 지금까지 녹슬었거나 무디어진 양심을 새로 갈고 닦아 빛이 나게 해야 한다. 이 일은 공직사회에서 먼저 시작할 일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공직자들이 정직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아무리 청렴결백하고 선정을 베풀어도 나라가 바로 설수 없다. 새 정부에는 부정하게 치부한 공직자가 모두 제거돼야할 것이다. 그들의 재산을 정확히 공개함은 물론이고 앞으로 부정을 저지를 공직자에게는 엄벌을 가하는 기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다음은 특권의식의 불식이다. 이것은 대통령부터 또 권력의 핵심부에서부터 솔선할 수 있어야 한다. 직책수행을 위해 주어진 권한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특권행사여서는 안 된다. 서구 선진국에서 장관이 탄 승용차가 교통법규를 위반해 벌칙을 당하는 사례가 우리에게도 꼭같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권의식의 불식은 곧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함을 뜻한다. 신분과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이 법과 질서를 지킬 때 그 니라의 민주주의는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건설이다. 우리 사회에 팽배해있는 생명경시의 사고를 하루속히 바로 잡아야 한다. 사회구석구석에 스며있는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요소는 제거돼야 한다. 인간생명을 함부로 죽이는 낙태는 근절돼야 할 것이며 인간을 마치 병아리처럼 부화시키는 정자은행의 비윤리도 불식돼야 할일이다.

노 전대통령은 23일 고별기자회견에서 자신은 5년동안 민주화와 새시대를 열기위해 청소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5년 후 퇴임 때 어떤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그 답이 서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