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배기가스, 분진ㆍ소음, 산성비 도심속 성지 몸살 앓는다

입력일 2017-07-14 14:54:17 수정일 2017-07-14 14:54:17 발행일 1993-02-21 제 184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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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탈색ㆍ부식 등 피해 커
다각적 방안 마련 훼손 가속화 막아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소음, 분진과 산성비에 노출되어 있는 도심지 순교성지들의 훼손이 날로 심각해져 자국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산성비를 야기하는 대기중의 질소산화물, 아황산가스, 황산화물 등이 콘크리트와 석조재를 균열시켜 부식을 가속화하고 있어 환경오염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대표적인 한국 순교성지인 절두산 성지의 경우, 성지 주위를 에워싼 강변도로와 한강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2호선 당산철교에서 내뿜는 차량 소음과 배기가스로 인해 매년 20~30주의 수목들이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절두산 성지는 또한 95년 완공예정인 강변도로 공사로 한강변 매립과 함께 많은 분진이 발생, 경관 훼손은 물론 성지 자체 의미마저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

최근 몇 년 간의 환경오염이 1백년이 넘는 박해의 풍상을 무색케 할 정도로 시커멓게 얼룩져버린 절두산 성지의 각종 옥외 기념물은 도심공해의 심각성을 반증해주듯 을씨년스럽게 서있어 순례객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새남터 순교성지는 배기가스와 산성비의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성지중 하나이다. 새남터 순교성지는 주위에 고가도로와 철길이 나있는 관계로 하루에도 수백 대의 열차와 일반차량이 오가고 있어 배기가스 오염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는 형편.

아울러 새남터 순교 성지기념 성당은 지붕이 산성비에 특히 약힌 기와로 되어 있어 비가 내릴 때마다 기와문양이 침식되거나 파손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새남터 순교 성지기념 본당에서는 부식방지와 환경정화 운동의 일환으로 매년 성전 물청소를 실시하고 있으며 신자들에게 자동차 적게 타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 중림동 서소문 성지는 인근 빌딩의 지하주차장 공사로 성지 주변이 마구 파헤쳐지고 순교자 현양비 주위로 철재 말뚝이 어지럽게 박혀있어 상업 이기주의 앞에 힘없이 노출되어 있는 성지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무관심속에 방치돼 쓰레기더미와 함께 청소년 탈선과 범죄의 온상으로 오명지워졌던 서울 당고개 성지를 지역 삼각지본당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말끔히 단장해 신자들의 관심과 노력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지 훼손을 막을수 있다는 실증을 보여주고 있다.

한 성지관리자는『성지 순례자들만이라도 자동차를 타지 않는다면 한층 성전이 깨끗해질 것』이라면서『모든 신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환경오염으로부터 성지를 지키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회 관계자들은『환경오염으로 인한 성지훼손은 불가항력이지만 다각적인 보호책으로 훼손 가속화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보존과학 육성과 함께 성지 조경사업, 옥외 기념물에 보호각을 씌우는 방법 등을 제안하고 성지보존을 위한 전 신자의 각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