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들려오는 저 종소리/그리운 그 시절로 나를 데려가네/쏟아지는 햇살에 눈부신 엄마의 치마/알 수 없는 설레임은 일어나 내 가슴 뛰게 했지/엄마와 성당에 그 따뜻한 손을 잡고/내 맘은 풍선처럼 부는 바람 속에 어쩔 줄 모르네/곱게 쓴 미사보 손때 묻은 묵주 야윈 두 손을 모아 엄만 어떤 기도를 드리고 계셨을까…』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노래하는 언더그라운드 가수 조동익(도미니꼬ㆍ35세)씨가 자신의 첫 독집앨범「동경」에 담은「엄마와 성당에」란 노랫말이다. 어렸을 적 엄마 손을 잡고 명동성당에 미사를 다녔던 기억을 잔잔하게 들려주는 그의 이 노래에는 종 치는 아저씨와 높다란 종탑, 키 작은 걸인에게 건네주던 엄마의 하얀 미소 등 명동성당과 관련된 엄마에 대한 기억을 들려주고 있다.
『국민학교 6학년 때 엄마가 돌아가신 후 명동성당에 갈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회상하는 조동익씨는『잊혀진 기억의 조각을 줍기 위해 어느 날 명동성당에 가보았더니 그 속에서 엄마의 냄새가 물씬 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11월 17일 저녁 7시 30분 종로구 혜화동 학전소극장 장필순 콘서트장. 베이스 주자로 묵묵히 무대 위에서 동료 가수의 콘서트를 도와주고 있던 조동익씨의 모습에도 엄마의 따뜻한 모습이 배어 있었다. 자신의 콘서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고 줄곧 동료와 선후배 가수들의 콘서트장에서 반주와 그들의 노래를 편곡하는 데 주력해 오는 조동익씨였다.
조동익씨는『나의 콘서트 계획은 아직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콘서트를 한다는 게 너무 두렵고 지금은 그저 작곡과 편곡 그리고 이런 콘서트의 반주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0년대 중반 기타리스트 이병우씨와「어떤 날」로 본격적인 가수활동을 시작했던 조동익씨는「노래하는 시인」조동진씨의 친동생이기도 하다.『내가 가수가 된 것은 동진이 형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말하는 그는 이병우씨가 공부를 위해 오스트리아로 떠나고 난 후 언더그라운드 가수 중에서도 잠수함(?)이라 불릴 정도로 묵묵히 자신의 일만을 고집해 왔다.
그런 그가 10년이 넘는 가수생활의 첫 결실인 독집 앨범을 발표하면서『녹음작업 중 유난히도 할머님과 어머님이 그리웠다』고 토로했다. 이번 앨범에는「동경」을 타이틀 곡으로 어릴 적 정릉 노란 대문집에서 살던 때를 그리면서 만든「노란 대문」, 내년이면 학부형이 되면서 학교에 입학할 딸「경윤이를 위한 노래」를 비롯「동쪽으로」「물고기들의 춤」「함께 떠날까요」「혼자만의 여행」등 그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노래들이 실려 있다.
조동익씨는 오는 12월 13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릴 형 조동진씨의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동요 모음집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