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많은 예술가들을 만난다. 그리고 구도적 자세에 많은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20여년 동안 신문사 문화부에서 일하면서 그들과 그들이 성취해낸 예술세계에서 삶의 활력을 얻어왔다.
석유난로를 피운 이화여대 강당무대에서 건물옆을 지나가는 기차의 경적소리에도 불구하고 「천상의 소리」를 들려준 소프라노 슈바르트코프, 음악을 넘어선 인간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첼리스트 요요마와 로스트로포비치, 얼음처럼 차가운 「지젤」의 키로프발레단과 압도적 힘을 지닌 「스파르타쿠스」의 볼쇼이발레단, 중풍에 떨리는 손으로 거문고를 뜯으며 한 (恨) 의 실체를 일깨워 준 만년의 인간문화재 신쾌 등, 공간사람을 침묵과 한숨의 엑스터시 상태로 몰입시킨 승무의 이매방과 김덕수패 사물놀이, 그림마당 민의 오윤유작전과 프라도미술관의 고야, 죽은후에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입체파미술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경쟁적으로 펼쳐보인 피카소와 브라크. …헤아릴수 없이 많은 예술가와 그들의 예술이 고양된 정신의 순간들을 체험케 해주었다.
그러나 그 어떤 예술가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가우디만큼 충격을 안겨주진 않았다. 우리말로 「聖가족」이라고 번역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올해 올림픽 개최지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있는 미완성의 성당이다. 지난 1884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하여 현재 완성된 부분은 1백~1백50m 높이의 탑 5개, 지하예배당과 현관 하나, 그리고 탄생문뿐이다. 5개의 탑가운데 중앙의 탑은 예수를, 그것을 둘러싼 4개의 탑은 마태오 마르꼬 루가요한등 「복음사서」의 지은 이들을 상징한다.
지붕도 없는 이 성당이 근대건축사의 걸작으로 기록되고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바르셀로나의 관광명소가 되고있다. 인공적인 직선을 거부하고 자연의 굴곡과 곡선을 고집하며 자신의 고향 피레네산맥의 굽이치는 곡선을 건축작품에 투영, 「현대속의 원시」「모더니즘속의 바바리즘」을 추구한 가우디의 건축세계는 흔히 장식적인 아르누보 예술의 정수로 이해된다. 따라서 금욕적인 사람들에게 그는 수다스러운 예술가로 비춰지기도 한다. 최소한 사진으로 보는 가우디는 그렇다.
그런데 실제의 가우디는 수다스럽다기 보다 종교적이다. 3년의 시차를 두고 두번에 걸쳐 찾아간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나는 예술작품으로 체현된 「지고의 기도」에 전율을 느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하느님을 향한 가우디의 향한 가우디의 기도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예술적 재능을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통해 하느님께 바쳤다.
그래서 지붕이 없는 이 성당안에서 사람들은 한동안 말을 잊는다.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을 대표하는 그 어떤 성당보다도 이 성당은 건물 자체로서 경건한 종교적 마음을 일깨운다.
가우디처럼 자신의 일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기도를 올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축복은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