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달라도 생명존중은 같아 천주교 - 생명권 보장없이 인권 보장없어 불교 - 자기생명에 견주어 남생각해야 천도교 - 사람과 사물의 생명뿌리는 하나 성공회 - 종교의 제모습은 생명력 회복 개신교 - 선은 생명증진 악은 생명 저해
4월 24일 서강대에서 개최된 제1회 생명문화연구소 세미나에는 천주교의 김남수 주교(주교회의 의장)와 불교의 서의현 총무원장(조계종), 천도교의 오익제 교령과 성공회의 김성수 주교(서울교구장) , 개신교의 강원용 목사(크리스챤 아카데미원장)가 참석, 범종교적인 차원에서 생명문화연구가 이루어졌다. 각 종교대표들은 「종교와 생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종교지도자의 토론에서『종교는 서로 달라도 생명을 중히 여기는 마음은 같다』고 전제하고, 각 종교의 생명에 대한 기본교리 및 입장을 표명한 후 종교간의 공동연대로 생명수호운동에 앞장서기로 결의했다. 다음은 각 종교지도자들이 세미나에서 밝힌 내용들을 요약, 소개한 것이다. <편집자주>
■ 천주교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생명은 불가침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생명권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여타의 모든 인권도 보장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온세계에서 인간의 생명권이 무시당하며 유린당하고 있다.
첫째, 살인 뿐아니라 자살도 같은 살인이다. 자살행위는 그 명분이 어떠하든 분명 죄악이다.
둘째, 낙태도 살인행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1백50만명의 태아들이 살해 당하고 있으며 낙태행위의 범람으로 한국여성들의 건강은 극도로 위협받고 있다.
낙태는 명백한 살인행위요, 오늘 우리사회에 만연된 인명 경시풍조의 근원이다.
셋째, 안락사는 죄악이다. 죽어가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행위는 아름다운 덕행이지만 고통의 지속을 없애주기 위하여 직접 생명을 끊어주는 행위는 정당화 될수 없다.
넷째, 신체의 고의적 상해도 죄악이다. 구타와 고문이 죄악인 것같이 스스로 불임수술을 받거나 병역기피의 목적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는 행위들도 죄악이며 이를 시술한 의료인도 역시 죄를 범하는 것임을 천명한다.
즉, 생명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것이므로 아무도 인위적으로 조작할수 없다.
■ 불교
불교의 인생관은 생체적인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의 합(合) 외에 영혼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인간생명의 본질을 자성(自性) 이나 불성(佛性) 이라고 한다.
이 자성은 부처나 중생, 미물, 곤충 유정무정(有情無情) 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으로 보는 것이 불교의 사상이다.
우주 삼라만상 어느것 하나 푸른잎, 붉은꽃, 산하대지며 두두물물(頭頭物物) 비비색색(非非色色) 일월성진,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생명의 숨소리 아님이 없고 분신 아닌 것이 없다. 불교에서 본 본질적 생명관이다.
그러나 불교의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과 인간윤리의 실천덕목인 오계십계 불살생(不殺生)사상과는 달리 인간 스스로가 인간으로 대접받고 살기를 포기해 버린 인간부재와 자기상실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는 탐진치(貪瞋痴) 삼독심(三毒心) 때문이다.
황폐화된 인성을 회복시키는 양식은 스스로 짓고 받는 인과(因果)를 굳게 믿고 민족자존에의 뿌리문화를 찾았을 때에만 있다고 확신한다. 모든 생명은 채찍을 두려워 하고 모든 생명은 죽음을 두려워 한다.
자기생명에 이 일을 견주어 남을 때리거나 죽이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존엄하고 사랑스러운 만큼 타인도 모두사랑스럽고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생명처럼 다른 모든 생명도 귀하게 여겨야 한다.
■ 천도교
천도교의 생명사상은 첫째, 천지부모일체설(天地父母一體說) 이다.
「땅 아끼기를 어머니 살 같이 하라」는 가르침을 모든 사람이 깨닫고 마음에 새기면 자연을 더럽히지 못할 것이며, 유독성 물질을 함부로 배출하지 못할 것이며, 쓰레기나 담배꽁초 등을 함부로 버리지 못할것이다.
둘째, 하나의 생명사상이다. 천도교는 우주만유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며 모든 사람과 모은 물건은 뿌리가 하나요, 생명이 하나요, 몸이 하나임을 알고 있다
셋째, 삼경(三敬)사상이다. 해월선사는 경천, 경인경물의 삼경사상을 강조했으며, 수도자들에게『가신 물이나 아무 물이나 땅에 부을때 멀리 뿌리지 말며 침을 멀리 뱉지 말며, 코를 멀리풀지 말며, 침과 코가 땅에 떨어졌거든 닦아 없이 하고, 또한 침을 멀리 뱉고, 코를 멀리풀며, 물을 뿌리는 것은 천지부모님의 얼굴에 하는 것이니 조심하라』고 가르쳤다.
넷째, 생명존중과 십무천사상이다. 이중 한울님을 일찍 죽게하지 말라는 것은 분신자살 또는 집단살육, 자연생명의 무차별 남획 도살, 생태계 공생의 원리인 먹이 사슬을 파괴하는 모든 반생명적 행위를 금한다는 뜻이다. 또한 한울님을 더럽히지 말라는 것은 도덕적 퇴폐화와 인신매매 등의 행위 그리고 자연훼손과 정신적 문화적 사회환경 오염과 자연환경 오염을 금하는 뜻이다.
이밖에 해월선사가 남긴 십무천의 다른 계율도 생명사상과 연계되어 있으며 우리는 생명사상을 널리 사회화하고 선양할 뿐만 아니라 생명운동에 앞장서 실천해야 할 책임과 사명이 있다.
■ 성공회
종교다운 종교의 모습은 모든 살아 숨쉬는 것들에 대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바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물론 그동안 대부분의 종교들이 영적인 생명력 회복과 치유에만 치우쳤던 것이 사실이며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생태계와 창조질서를 회복하는데에는 게을렀음을 고백하지 않을수 없다.
현대는 세계 전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무기와 환경오염 등의 위협은 국경을 초월하는 엄청난 인명파괴와 생명경시사상을 초래하고있다. 국내적으로 볼때도 생명의 위협과 파괴의 현상은 세상종국으로 가는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된다.
이런 현실에 직면하여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인들이 먼저 생명문화운동에 앞장서지 않는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생각된다.
■ 개신교
개신교도 생명문화에 대한 통일된 의견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선은 곧 생명을 증진하는 것이요, 악은 생명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하다.
먼저 생명은 무엇인가? 에 대한 규명없이는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개신교는 생명은 우리의 것이 아니고 하나님으로부터 선물받은 유일회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하나님과 인관과의 수직적인 관계는 잘 갖추고 있으면서도 수평적인 관계는 매우 편협한 인간주의에 빠져 있다.
즉「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강조하면서도 인간의 삶의 터인「자연」을 사랑하라는 점은 간과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웃을 인간으로만 본 우리의 시각이 심각한 자연파괴현상을 초래하고만 것이다. 동양의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조남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