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복음생각] 거룩한 성가정을 본받자 / 염철호 신부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입력일 2015-12-21 04:29:00 수정일 2015-12-21 04:29:00 발행일 2015-12-27 제 297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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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루카 2,41-52)
성가정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이 이루는 가정입니다. 이 가정을 성가정이라 부르는 이유는 예수님께서 가정의 중심에 계시기 때문인데, 이 말은 하느님께서 가정의 중심이라는 말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성가정은 사랑으로 하나이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습을 꼭 닮아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각 구성원들은 이상적인 아버지, 어머니, 자녀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모든 가정의 모범이 됩니다.

먼저, 요셉 성인은 아버지의 모범입니다. 성인은 참으로 현명한 분이며 마음이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성인은 마리아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리아를 배려하여 그 사실을 남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고자 하십니다. 이런 성인은 참으로 의로운 분이기에 하느님의 뜻에 마음을 열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성인은 꿈에서 본 천사의 말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친자식은 아니지만, 하느님 뜻에 따라 예수님을 기꺼이 자식으로 받아들이고 정성껏 기릅니다. 요셉 성인은 아이와 그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모두 내던져 이집트까지 내려가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요셉은 하느님의 뜻을 마지막까지 수행해내는 책임감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성모님은 어머니들의 모범입니다. 성모님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 맡기며, 침묵 가운데 묵묵히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의 믿음은 처녀의 몸으로 잉태하리라는 천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였습니다. 또한 성모님은 평생 예수님을 위해 살아가면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십니다. 마지막 날에는 누명을 쓰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모든 것을 마음속에 담아 두시며, 하느님께 의탁하신 분이십니다. 이렇게 보면 성모님은 성경이 말하는 참으로 의로운 분이십니다.

이런 아버지와 어머니가 기르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기에 그 자체로 거룩하고 의로운 분이십니다. 그런데도 오늘 복음은 이런 예수님께서 부모님에게 순종하며 살았다고 전해 줍니다. 비록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살았고, 또 자녀로서의 해야 할 도리를 하면서 사셨다는 말입니다. 이 때문에 예수님은 모든 자녀들의 모범이 됩니다.

이처럼 성가정은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주어진 역할들을 충실히 함으로써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믿음으로 가득했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찾는 의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또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였으며, 마지막까지 책임지며 보살펴 주었습니다. 아마도 그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달리 살았다고 한다면 성가정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성가정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네 가정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사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가장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곳이 가정입니다. 또한 우리를 가장 기쁘게 만드는 것도 가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도 가정입니다. 결국, 세상의 행복은 가정의 행복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요즘 들어 부쩍 가정이 파괴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조금만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가족을 버리는 세상이 되어 버린 듯합니다. 성가정 축일을 맞아 다시 한 번 우리들의 가정이 주님을 중심으로 하는 거룩한 가정이 될 수 있도록 하느님께 도움 청합시다. 이 세상에 서로를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의롭고 아름다운 가정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밝아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성가정 축일을 맞이하여 우리들 가정의 모습을 되돌아봅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