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참회와 속죄의 성당’ 의미·건립 과정

이지연 기자,조대형 기자
입력일 2013-07-02 03:54:00 수정일 2013-07-02 03:54:00 발행일 2013-07-07 제 285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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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화해·통일 향한 전국 신자 염원 결집
김수환 추기경 제안으로 시작
서울대교구서 건립 추진위 구성
프랑스 예수성심대성당 모델
“평화·통일에 대한 희망 심는 곳”
지난 6월 25일 파주시 통일동산에 세워진 참회와 속죄의 성당 봉헌식을 주례하고 있는 정진석 추기경.
한반도 평화와 일치를 위해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에 세워진 ‘참회와 속죄의 성당’ 봉헌식이 6월 25일 오후 2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694 현지에서 거행됐다.

이날 봉헌식 미사는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 염수정 대주교, 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장이자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 박현동 아빠스 등 주교단과 사제단 150여 명이 공동집전했다. 또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인재 파주시장 등 지역 정관계 인사와 신자 1500여 명도 참석했다.

정 추기경은 이날 강론에서 화해는 세상 끝날 까지 우리 교회가 증거하고 실천해야 할 거룩한 사명이라고 강조하며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누구의 탓을 하기에 앞서 모든 민족 구성원이 스스로 참회하고 자기 몫의 죄를 짊어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하느님 나라 안에서 남북한 모두가 한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를 포용하고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추기경은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없인 새로운 출발이 불가능하다”면서 “우리 민족의 비극은 용서와 화해로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용서는 인간의 힘으로 이룰 수 없고 하느님의 은총으로만 가능하다”는 정 추기경은 “그래서 오늘 우리는 하느님께 도우심을 청하기 위해 참회와 속죄의 성당을 봉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사 중 봉헌예절을 주례한 의정부교구장이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전쟁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화해와 일치의 길로 나아가자는 의미에서 건립된 성전”이라면서 “이 성전이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을 신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장소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 건립까지

참회와 속죄의 성당의 시작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 공간이 필요하다는 김 추기경의 제안에 실향민과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신자들의 모임 ‘천주교 한민족복음화추진본부(회장 봉두완, 담당 김병일 신부)가 움직였다.

1996년 5월 통일을 위한 피정센터 설립에 쓰일 목적으로 통일동산의 종교 부지를 매입한 한민족복음화추진본부는 이듬해 서울대교구에 지정 기탁을 했고, 남북한 통일을 위한 연구 및 교육 등의 목적으로 사용해주길 당부했다.

당시 천주교 한민족복음화추진본부 회장이자 황해도 수안 출신인 봉두완(다윗)씨는 “1000원 남짓한 쌈짓돈을 정성껏 헌금한 할머니부터 몇 억 가까운 금액을 선뜻 기부한 기업인 등 신자들이 참회와 속죄의 성당의 주춧돌이 됐다”며 “더불어 김 추기경의 지지와 황해도 출신 김병일 신부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 건립이 시작된 것은 2004년, 정진석 추기경이 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교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를 통해 “민족화해센터를 설립할 것”을 밝힌 이후다. 교구는 ‘민족화해센터’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공사 준비를 해왔다.

정 추기경은 또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의 예수성심대성당을 ‘참회와 속죄의 성당’ 모델로 삼았다.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당시 서로 형제들을 죽인 죄를 참회하는 뜻에서 지어진 예수성심대성당과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으로 같은 민족이 서로 죽이고 죽인 죄를 회개하자는 뜻에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신자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으로 세워졌다는 점이다. 이북 출신 실향민 할머니들이 평생 아껴 모은 3억 원을 전달하는 한편, 폐휴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던 할머니도 몇 달 분의 판매대금을 아낌없이 봉헌했다. 평양교구 사제단과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등 사제와 수도자들의 도움도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성금 5억 원과 서울대교구 지원금 30억 원이 바탕이 돼 지금의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완공될 수 있었다.

이지연 기자,조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