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초보은(結草報恩). 죽어서도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십여 년 전만해도 흔하게 접했던 성어지만, 최근에는 그 의미가 낯설게 다가온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도 ‘은혜’를 갚는 사람들보다는 ‘미움’을 갚는 사람들이 더 많다. 삶의 현장에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에는 눈 깜짝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준 사람에게는 부르르 떨며 화내는 이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은혜를 잊은 시대다. 이런 시점에 150여 년 전의 은혜를 갚기 위해 프랑스로 떠나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선교사들의 발걸음은 더욱 가치 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두 명의 선교사를 프랑스 르망교구에 파견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20일 파견미사를 봉헌했다. 선교지인 르망교구는 제4대 조선교구장이자 새남터성지에서 순교한 베르뇌 주교의 출신 교구다. 당시 동방의 이국땅에 선교사를 파견할 정도로 큰 교구였으나, 현재는 사제가 부족해 사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3월 방한한 르망교구 르 쏘 교구장은 수도회를 찾아와 이 같은 사정을 전하며 선교사 파견을 요청했다. 국내에서의 사도직과 여러 환경들을 고려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회가 선교사를 파견하기로 한 것은 한국교회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던 파란 눈의 선교사들 때문이었다.
지난 25일 출국한 선교사들은 현지에서 프랑스인들을 대상으로 사목할 예정이다. 파란 눈의 선교사들이 말도 통하지 않는 동양인들에게 그리스도교적 사랑을 보였듯, 순교자의 정신을 이어받은 동양인 선교사들이 프랑스 현지들에게 사랑을 베풀 것이다.
도움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도움을 주지도 못한다. 한국교회는 주님과 파란 눈의 그리스도인들에게서 이미 많은 은총과 사랑을 받았다.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이제는 베풀 때가 왔다. 현지인들을 사목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 선교사들의 발걸음은 곧 한국교회의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