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신부와 연애 /김충수 신부 1

김충수 신부ㆍ청파동본당주임
입력일 2011-04-19 13:45:43 수정일 2011-04-19 13:45:43 발행일 1980-01-20 제 118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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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다 젊은 신부라 하면 이상이 뚜렷하고 소신과 열정이 넘친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젊은 여성들이 신부를 좋아하는것 같다.

나도 과거 수삼 년 동안은 여성 팬이 줄을 서서 한번만이라도 만나게 해달라는 애원을 성화처럼 느낀적이있다. 요즘엔 그 녀석들 주례서주기에 바쁘다. 옛날은 나 같은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결혼 안하겠다던 녀석들이 때가 차니까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결같이 제짝을 만나서 미련 없이 제갈 길로 가고들 말았다. 나도 나의 길을 끝까지 가야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도 사라져간 여성 팬들의 뒷모습을 생각하며 일장춘봉의 허탈감을 느낀다.

나의 글을 처음대하는 사람들은 제목에서부터 어떤 스캔들이나 있지않나해서 무척 숨을 죽이고 침을 꼴까닥 삼키면서 파고들지도 모르겠다. 있었거나 없었거나 우선 어떤 의미에서든지 흥분하지 말기를 바란다.

신부도 어엿한 남자이기에 남자로서 느껴야하는 정산적인 연애감정을 다 갖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부는 결코 못석같은 무정 무감한 人間이 아니다. 그래서 신부도 자칫 잘못하면 신품서원때 엄숙히 말한 독신의 서약을 깨뜨리고 실수하는 경우도 있고 , 아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서 길을 바꾸어 가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신자들은 경악을 금지 못하며 망가진 신부보다 고놈의 여자가 더 나쁘다고 욕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나 사실은 그 여자보다 그 신부가 윤리적으로는 더 큰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와 같이 남의 말 잘하고 필요 없이 참견 많이하는 풍토에선 망가진 신부 내외가 발붙일 곳이 없는것 같다.

죄녀에게 돌을 들어 던지려던 사람들보고 『죄 없는 사람 있으면 먼저 던지시오』 라고 재판하시던 인자하기 소문난 너그러우신 예수님께 그분들을 맡겨드리고 싶다.

나는 요즘에 기도내용이 아주 단순하나 그것은 『죽을 때까지 신부로서 살다가 신부로서 죽은 수 있게 해주소서.』 하는가. 뿐이다.

새 신부 시절엔 유혹도 많았지만 신부로서 멋있게 살려는 의욕이 컸기에 그 어떤 유혹도 물리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신부생활 10년째 접어드니까 겁이 덜컥 난다.

이제부터는 허리띠를 동이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난다. 그래서 신자들앞에서 가끔씩 기도를 부탁한다. 人間 金忠洙를위해서 기도해달라고 솔직히 부탁하는 편이 훨씬 마음 든든하다.

신부는 신자들 없으면 앙꼬없는 진 빵이며, 고무줄 없는 팬티와 같다. 신부는 독신을 지키지만 혼자사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나무위에 로라 가라 해놓고 떨어지나 안 떨어지나 흔들어보는 식으로 신부를 대하는 신자는 물론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신부가 신부의 지위에서 이탈하는 것은 불 형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불행은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 예방주사는 주교님이 놓는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한결같은 기도와 진정한 사랑이 놓는 것이다. 신부가 연애를 시작하면 실패할 것이 분명하니 염담이나 비방을 하지 말고 진심어린 충고와 기도로써 그의 길을 가게해주기를 바란다.

※지금까지는 효대강사이신 金吉洙氏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이번부터는 서울 청파동본당 주임이신 金忠洙 신부님께서 집필해주시겠습니다

<편집자註>

김충수 신부ㆍ청파동본당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