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 말동무ㆍ심부름꾼 자청 병원ㆍ생계비 지원…상담자 역할도 맡아 일시적 도움보다 자립때까지 사랑 전달
『저는 상암동 김00씨 댁을 방문했습니다. 결핵성관절염 때문에 오랫동안 서 있지 못하면서도 양말행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 분은 경제한파후 수입이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저희들은 협심증으로 계속 고생하시는 금호동 단칸방의 정할머니를 찾아뵙고 지난달 생계비를 전달하고 왔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한 병원내 빈첸시오회인 성 빈첸시오아 바오로회 의정부 성모병원 협의회(회장=이기홍, 지도=최건봉 신부)의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주례회합 장면이다. 지난주 회원들의 활동보고로 모든 회원들이 가난한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고 있었다.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제난 속에서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극빈 소외계층이다. 성모병원 빈첸시오 회원들은 경제 한파가 밀어닥치기 이전부터 이들 소외계층을 찾아가 생계비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생활고와 병고를 덜어주는 말동무가 되고 때로는 상담자 역할도 맡음으로써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심부름꾼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출범 4년째를 맞는 의정부 성모병원 빈첸시오회는 IMF경제난 시대를 맞아 더욱 고통 받는 극빈자들을 위해 활동범위를 넓히고 대상자들을 더 자주 방문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회원 배가운동도 벌이고 있다. 활동회원의 추가영입은 물론 물질적인 후원자들인 명예회원 배가운동을 벌여 2월 한 달 동안만 40명의 회원을 받아 들여 2월 26일 현재 명예회원은 2백여 명에 이른다.
그동안 30여 가정에 도움의 손길을 펼쳐온 회원들은 현재 8가정을 돕고 있다. 내원환자들중 입원비를 받아내기보다 오히려 도와줘야 될 딱한 사람들을 선정해 일시적인 도움이 아니라 그들이 자립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사랑을 전달하고 있어 병원 직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매월 병원 내에 배포되는 빈첸시오회 월보에는 회원들의 활동 상황을 소상히 소개함으로써 교직원들에게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관심 고취에도 일조하고 있다. 월보에는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이 필요합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대상자의 형편을 자세히 알리는 것은 물론 회비 납부명단을 수록하고 협의회 소식 등을 싣고 있다.
수혜 대상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갖가지 애환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처음부터 말문을 열지 못한다. 회원들은 매주 한차례 이상 자주 직접 찾아가면서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그들을 한 사람의 완전한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노력과 정성을 기울인다. 이것이 바로 빈첸시오 활동이 일반 사회복지 활동과 다른 점이다.
대상자가 선정되면 매주 2~3명씩 짝을 지어 1주일에 최소한 한번 이상 방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중 한명은 고정 방문자이다. 도움 받는 입장에서 매번 찾아오는 이가 바뀌면 어색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방문 활동 중 최소한 80%를 듣고 20%만 말하라고 하는데 실무진에서는 듣는 정도를 90%까지 요구하고 있다.
회원들은 안타까운 활동사례도 소개한다. 전기와 수도시설 없이 중랑천변 무허가 판잣집에 홀로 살던 어느 할머니의 경우다. 할머니가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도 항상 물을 길러먹던 옆집의 주인아저씨로부터 양해를 얻어 회원들이 전기를 끌어주고 수도공사도 해드렸다고 한다. 그런데 연탄보일러를 설치해주고 가스배출기를 달아준다고 찾아갔을 때 연탄가스로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는 회원들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힌다.
의정부 성모병원 빈첸시오회는 주위의 가난한 이웃이 이렇게 언제 어느 때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가운데 임종을 맞이하는 것을 막아보자며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다.
최홍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