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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결 팍팍] 친구들이 제게 함부로 해요

정리 임양미 기자
입력일 2009-08-12 09:29:00 수정일 2009-08-12 09:29:00 발행일 2009-08-16 제 2660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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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분 말하고, 친구와 대화하세요”
아무리 잘 통하는 친구라도 각자 생각 다를수도
대화 없이 무작정 알아주길 바라면 오해만 커져
고민 : 친구들이 제게 함부로 해요

학교에서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그 친구들이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요. 제가 얘기를 해도 잘 듣지 않는 것 같아요. 전 그 친구들이 와서 고민얘기를 하거나 같이 뭔가를 하자고 하면 잘 들어 주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은 안 그래요.

가끔 친구들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제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 그런 것 같아서 그냥 제 잘못인 거 같기도 해요. 그래도 정말 화날 때도 있고, 엄마는 그냥 대학가면 더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저도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교시간이 되면 똑같이 교복을 줄여 입고 똑같은 머리모양에 똑같은 운동화, 가방을 들고 나오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학교에 간다는 것은 항상 내 생각, 기분을 알아주고 살펴주던 부모님과 떨어져서 혼자서 낯선 환경에서 버텨내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부모님 대신 나를 알아주고 확인해주는 존재를 바라게 되고 같은 옷, 같은 머리모양의 친구들끼리는 서로를 비춰주고 확인해주는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준다. 하지만 이런 사이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것은 서로 아무리 잘 통한다 해도 각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개인들이기 때문이다.

친구와 잘 지내는 게 뭔지 한 사람씩 따로따로 구체적으로 물어본다면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 서로 고민을 들어주는 사이라고 할 수도 있고, 무슨 일이든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개인들이 만나서 부딪치고 합쳐지며 만들어지는 관계는 서로가 처음 바랐던 것과는 꽤 다른 모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친구관계에서의 문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문제라고 할 수 없다. 문제가 생겼다면 나를 돌아보고 상대방을 돌아보고 그 관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봐야 한다. 친구가 내 고민을 안 들어줘서 실망했다면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뭔지 직접 물어보고, 그래서 내 기분이 어땠는지 이야기하며 서로가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같은 일에 대해서도 서로가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때론 친구가 너무 소중한 나머지 혹은 친구를 잃을까봐 두려워서 친구 입장만 생각하기도 하고, 혹은 친구가 내 마음을 다 알아주고 배려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서로가 알아차리기를 기대할수록 오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익숙하던 부모님과는 다르게 친구는 나를 보살펴 주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뭔가를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그것을 알 수가 없다.

먼저 자기 입장을 표현하고 친구 입장도 들으며 의논할 수 있다면 소중한 내 자신과 소중한 내 친구를 위해 내가 노력할 부분이 어디인지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나면 알게 된 바를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지금 바로 용기를 내는 일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 도움말 : 평화심리상담소 윤영아 선생님 〉

정리 임양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