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저만의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어떤 모습으로 만들까, 어떤 특징을 넣을까, 그 특징을 위해서 어떤 재료를 쓸까…. 머릿속에는 온통 작품 생각뿐이에요. 재료를 다듬고 작품을 만들 때에도 온갖 정성을 쏟습니다. 작품이 완성돼 나오면 바라보기만 해도 참 좋아요.”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인간을 손수 빚어 만드실 때도 그랬다. 한 사람 한 사람 지으실 때에도. 그 사람만의 특징을 담아 정성을 쏟고, 코로 숨을 불어넣으셨을 게다. 그리고 보시니 “참 좋았다”. 여기, 하느님의 손길, 하느님의 숨결을 닮은 미소천사 차정은(아녜스·17·서울 삼성산본당) 양이 있다.
공예전문고등학교인 인천 한진고등학교 1학년 정은 양은 이제 막 공예를 배우기 시작한 새내기 꿈아이. 어릴 적부터 색종이를 잘라 모양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정은 양은 얼마 전 기도를 통해 꿈을 찾았다. 공부는 적성에 맞지 않았고, 특별한 소질도 없었다. 정은 양은 무엇인가 분명 자기에게 꼭 맞는 일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기도를 시작했다. 생전 보채는 일이 없었는데 어머니께도 “엄마, 내가 꿈을 찾을 수 있게 기도해줘!”라고 졸랐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을 통해 ‘공예전문학교’란 것을 알게 됐다. 집에서 학교까지 대중교통으로 2시간30분이 넘는 거리, 아는 정보라곤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이 전부였다. 환경은 어떤지, 진학은 어떻게 하는 건지, 또 학교 분위기는 어떤지, 학비가 더 비싼 것은 아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정은 양은 “어쩐지 그것이 내 길인 것 같아서, 망설임 없이 입학을 결심했다. 오랜 기도 덕분에 결심도 쉬웠다.
“귀금속 공예, 칠보 공예 등을 배워서 나중에 예쁜 묵주나 묵주반지, 촛대 같은 걸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동판에 선을 그어 자르는 연습, 간단한 은반지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제 꿈을 이룰 수 있겠죠?”
신심이 배어나오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차분한 몸짓. 정은 양이 하느님을 만난 것은 중학교 때의 일이다. 당시 냉담 중이던 부모님 때문에 신앙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정은 양은 홀로 성당을 찾았다. 처음 갔던 청소년 미사에서 청소년 율동찬양을 보고, 그 밝음과 쾌활함이 좋아 성당에 나가게 됐다. 지금은 삼성산성지 공동체 ‘호산나’ 중고등학교 기도모임에도 나가고, 삼성산본당에서 성경공부도 하고 있다.
“늘 주님을 생각해요. 제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언제나 함께 해 주신다는 것을 믿어요. 아직 어리고 가야할 길이 멀지만, 늘 이렇게 무언가 만들면서 묵상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정은 양은 앞으로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 늘 기도할거라며,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성구를 남겼다.
“힘과 용기를 내어라. 무서워하지도 말고 놀라지도 마라. 네가 어디를 가든지 주 너의 하느님이 너와 함께 있어 주겠다.”(여호수아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