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데스크칼럼/우광호 기획특집팀장] 속담 열전(烈傳)

입력일 2009-01-11 11:10:00 수정일 2009-01-11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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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에 도토리가 된 기분이다. 두부 먹다 이 빠진 느낌이다. 새해가 되면 거지도 쪽박에 낀 때를 벗기는 법이다. 하지만 때 벗길 쪽박도 변변치 않은 것이 요즘 실정이다. 죄는 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가랑잎에 불붙듯 번지더니 이제는 내 집, 앞집 뒷집의 일이 됐다.

손톱은 슬플 때마다 돋고, 발톱은 기쁠 때마다 돋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요즘 세상살이를 보면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더 많다. 갈수록 태산이다. 나오느니 눈물이요, 터지는 게 한숨이다. 행복한 일은 가물에 콩 나듯 한다.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감기 고뿔도 남 안주는 구두쇠로 살 수밖에 없다. ‘사발 농사’(남의 집에 가서 밥 얻어먹고, 자기 집 쌀을 절약하는 일)라도 지어야 할 판이다. 가진 돈이 없으면 망건 꼴도 나쁘듯, 요즘 우리 모습이 딱 그렇다.

실정이 이런데….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를 놓치고 있는 정치권 사람들이 그렇다. 굴 파는 데는 토끼가 선생이고, 뒹구는 데는 굼벵이가 선생이라는 말처럼 사람마다 각자 전문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굴 파지 못하는 토끼, 뒹굴지 못하는 굼벵이가 많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 들리지 않는다. 도끼자루가 썩고 있다. 국민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해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외쳐도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민생은 사라지고 정쟁만 남아있다. 힘센 놈이 염라태수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겠다. 말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궁핍해질 뿐이데(잠언 14, 23)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뿐이다. 말 많은 집은 장맛이 쓴 법이다. 목수가 많으면 집을 무너트린다.

게다가 서로 험담하는 꼴이,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하는 격이다. 빈대도 염치가 있는 법이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는데, 싸움을 붙이고 흥정은 말린다. 친구 따라 강남 가고, 팔이 안으로 굽고, 가재는 게 편이다. 오직 끼리끼리다.

어물전 망신을 꼴뚜기가 시키고 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편들기를 부추기는 텔레비전 방송도 얄밉기는 마찬가지다.

정치 사회가 혼란한 틈을 노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성실한 대중’의 힘을 믿는다. 성실함은 그 누구도 이겨낼 수 없다. 꼭두새벽 풀 한 짐이 가을 나락 한 섬이다. 곡식은 주인 발소리 듣고 자란다.

거저 얻은 재물은 줄어들기 마련이고 조금씩 모으는 재물은 늘어난다. 티끌모아 태산이다. 부처님 살찌고 마르기는 석공에게 달렸다. 무쇠도 갈면 바늘이 된다. 굳은 땅에 물이 괸다.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길 바라는 일은 이제 그만 두자.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 희망을 가져 보자. 들이 있으면 마을이 있고, 산이 높으면 절이 있다고 했다. 사람이 어디를 가든 쉴 곳이 있다. 고통, 그 뒤의 부활을 보는 것이 신앙 아닌가.

2009년, 소의 해다. 소가 비비는 것이 언덕이라면, 우리는 신앙에 비벼보자. ‘난 부자, 든 거지’라는 말이 있다. 부자로 소문났지만 실제로는 (영적으로)가난한 이들이 많다. 올해는 ‘난 거지, 든 부자’가 되자.

혼자서는 하기 힘들다. 참 신앙은 혼자서 구하는 것이 아니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 손뼉도 두 손이 부딪혀야 된다. 공동체가 함께 해야 한다. 백짓장도 맞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