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인 변호사 선정안돼 안중근 의사 재판 불공정”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3-03-09 05:55:00 수정일 2003-03-09 05:55:00 발행일 2003-03-09 제 2338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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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 자세히 보도한 현지언론 발굴
일본인 고등법원장·경시총장 배석 “압력”
안중근 의사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도마) 의사의 재판 전후 상황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자료가 새롭게 발굴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중근의사숭모회(이사장=황인성) 산하 안중근기념관 신운용(36) 연구부장이 지난달 말 발굴 공개한 자료는 안의사에 대한 재판이 행해진 여순지역의 「만주일일신문」으로, 1910년 2월 8일자부터의 재판과정을 자세히 담고 있다. 과거에도 만주일일신문이 발간한 「안중근사건 공판 속기록」을 번역한 「애국애정 안중근의사」를 통해 안의사 공판 속기록은 공개된 바 있으나 재판의 분위기 등 세부적인 내용이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조.석간으로 발행된 만주일일신문은 1910년 2월 7일 열린 제1회 공판에 앞서 군중이 모인 장면에서부터 14일 사형언도 공판까지 6회에 걸쳐 신문의 1∼2개면에 재판정의 전경, 진행과정 등을 삽화와 함께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나아가 이 기록들은 공식기록에는 없는 재판 주변부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다루고 있어 향후 안의사 연구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를 발굴한 신운용 부장은 『안의사의 의거는 그의 신관을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사를 통찰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뜻을 관철하려 했던 신앙인의 의지를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주일간 이어진 안의사에 대한 재판속기록을 싣고 있는 이 신문에 따르면 당시 평양에서 온 한국인 변호사 안병찬씨가 변호인으로 선정되지 못하고 일본인 2명이 변호인으로 선정돼 안씨는 방청석에서 안의사의 재판을 지켜봐야 했던 것으로 나타나 불합리한 재판과정을 알 수 있게 한다. 또 재판관 뒤에는 히라이시 고등법원장과 사이토 경시총장 등 고위 일본인사들이 앉아 있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없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신운용 부장은 『안중근 의사는 믿음과 역사.정치의식을 일치시킨 뛰어난 신앙인이었음에도 그의 전기는 물론 자료도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은 현실이 우리의 무관심을 보여준다』고 밝히고 『천주교가 중심이 돼 신앙인으로서의 안중근의 모습을 제대로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