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급한 변화는 세계와 나라 안에서, 학교와 가정 안에서, 심지어 내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변화하는 것도 매우 다양하다. 길거리 사람들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새가 변하고, 자세와 생각이 변하고, 학교 제도와 정치적 상황이 변하고, 권세 있는 사람의 말이 조석으로 변하고, 결정한 어떤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또 변한다. 마치 날씨가 시시때때로 변하듯이 모든 것이 변해간다. 이들이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해갈지 알 수 없지만, 모든 것이 변해 갈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아무리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우리의 가치관과 제도가 아무리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우리는 맑은 물 대신 오염된 물이나 석유를 마시며 살아갈 수 없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 대신 의심과 미움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내 몸과 마음 속에 내가 있다는 것, 그 깊은 속에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하느님이 주신 고유한 품위와 가치 그리고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변할 수 없다.
외부 환경이 아무리 변해가도, 내 마음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바뀌어도, 내가 나로서 여기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 세상에 이렇게 살아있다.
변화야, 정신을 어지럽히는 변화야,
오고 싶은 대로 오려무나.
나에겐 네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유행하는 옷아, 노래야, 사랑아,
변하고 싶은 대로 변하거라.
나에겐 변하지 않는 노래가 있고, 사랑이 있다.
정치야, 제도야,
바뀌고 싶은 대로 바뀌거라.
나에겐 변하지 않는 정치와 제도가 있다.
가치관아, 예절아,
너도 변하고 싶거들랑 변하거라.
네 마음대로 변하려무나.
나에겐 변하지 않는 가치관과 예절이 있다.
권력과 돈 있는 사람들아,
행세를 하고 싶은 대로 해보거라.
나에겐 자네들이 결코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
컴퓨터야, 기술문명아,
발전하고 싶은 대로 발전해보려무나.
나의 몸과 마음은 슈퍼컴퓨터 백만 대도 못 당할 능력이 있다.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고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없는 나만의 공간을 잘 지켜 가는 것이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이것은 밖으로 힘차게 외치는 구호나, 화려한 몸짓과 성취들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온갖 실패들과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을 인정하고 아끼며 사랑하고 성실할 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이미 지켜주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