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교회 창설의 계기 된 「천주실의」 번역 출간

신정식 기자
입력일 1999-05-30 01:51:00 수정일 1999-05-30 01:51:00 발행일 1999-05-30 제 215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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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 창설의 계기가 되었던 마태오 릿치 신부의 저서 '천주실의(天主實義)' (서울대출판부)가 번역돼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천주실의' 번역은 초창기 한국 교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또한 서학에 대한 우리 지식인들의 이해를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교회 밖으로는 동서문화교류의 전범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고 당시 서양인의 심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번역자는 송영배.임금자.장정란.정인재.조광.최소자 교수. 모두 가톨릭 신자로 동양학을 전공했다. 이들은 93년 3월부터 97년 6월까지 매월 두 차례 독회를 열어 '학술적으로 떳떳한 번역서'를 내기 위해 정성을 들여왔다. 몇몇 신학자들의 조언을 받기는 했지만 교계나 관계로부터 아무런 도움 없이 학자들 스스로 뜻을 세워 이뤄낸 일이라 의미를 더한다.

기존의 한글 번역본은 19세기 후반에 나온 필사본과 84년 분도출판사 본 등이 있지만 축약됐거나 부분 번역만 이뤄져 연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중국 현대문으로 번역된 것을 많이 참조했지만 틀린 부분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영역본은 중국 고전에 약했고 불어본은 엉터리에 가까웠다. 일어본은 아예 어려운 부분을 생략했다. 따라서 역자들은 기존의 판본들을 대조해가며 번역해왔다. 즉 번역 작업이 곧 원본을 확정하는 작업이었으며 지금까지 나온 번역본들의 오류를 바로잡는 결정본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했다.

중국 문학과 사상사, 동서문화교류 전공자들이 학자이자 신앙인으로서 지난 중세 신학과 철학 지식을 기반으로 상당히 책임 있는 번역에 임했다는 것이 학계와 교계의 평가다. 물론 역자들도 가장 정확한 번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천주실의」는 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신부 마테로 리치(1552~1610)가 1603년 베이징에서 중국 전교를 위해한문으로 펴낸 교리서 상·하권 모두 8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성리학적 전통에 철저하게 서있는 중국선비의 질문에 대해 사서육경을 상당히 깊게 이해하고 있는 서양선비가 그리스도교 철학과 신학을 바탕으로 대답하는 대화체 형식으로 쓰여졌다.

간행된 후 중국의 지식인들에게 널리 읽혀져 그들을 교회로 끌어들이는 촉진제가 됐으며 우리 나라에는 17세기에 전래되어 1614년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처음 소개됐다. 이 책은 중국 고전을 인용해 서양의 그리스도교를 무리없이 동양에 소개한

신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