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아가페] 獨善(독선)

신태민(言論人)
입력일 2023-05-25 11:18:04 수정일 2023-05-31 10:13:57 발행일 1968-01-21 제 602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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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부고를 보고 반가움이 느껴졌다면 좀 망발에 속하는 얘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남의 슬픈 소식을 모독하는 무슨 변태적인 심리가 생겨서가 아니다. 일간신문을 훑어보다가 「부고]를 발견하게 될때 내가 직접 잘 아는 집의 부고는 아니더라도 「안나」니 「데레사」니 「바오로]니 하는 가톨릭의 본명이 눈에 띄면 우선 가톨릭적인 친밀감이 느껴진다는 얘기다. 사회명사거나 공직을 가진 어른이 알고 보니 가톨릭신자였구나- 하는데서 반가움이 앞서는 것은 나뿐만의 망발된 생각일가? 어쨌든 우리 한국가톨릭의 교세는 굳이 가톨릭 연감의 통계표를 보지 않더라도 이런 신문부고를 통해서 팽창해 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공의회 최신소식도 곧잘 보도해 주고 있다. 「매스콤」 기관이 가톨릭에 대한 관심을 게을리 할 수 없을 정도로 가톨릭의 살림이 커졌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좋은 일뿐만아니라 우리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우울한 얘기거리도 「매스콤」에서는 곧잘 다루고 있다.

「천주교신자인 스물한살난 여대생이 창녀라고 오해 받고 분신자살했다」는 끔찍한 뉴스가 눈에 띄기도 한다. 언젠가는 절망을 넘어선 미담의 주인공으로 인천의 어떤 가난한 가톨릭소녀의 얘기가 TV방송으로 신문에 요란하게 소개된 적도 있었다. 가톨릭신자라고 특별한 사람은 아닌데 「독선자」로 오해하는 이 교인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가톨릭」이란 전인상이 「독선기신(獨善其身)」으로 보여서는 안 되겠다. 인간 사랑의 손길이 조금 더 가톨릭에서 적극적으로 펼쳐진다면 한 사람의 정신분열적인 자살자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고, 「고슴도치의 고백」(모 잡지 1월호 논픽숀) 같은 안타까운 가톨릭 인테리 여성의 눈물겨운 얘기거리도 안나왔을런지도 모른다.

신태민(言論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