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영적 돌봄에 힘써 온 임상사목교육(CPE) 100년](5·끝) 종교 초월한 한국CPE협회 창설

최용택
입력일 2025-06-04 09:28:48 수정일 2025-06-04 09:28:48 발행일 2025-06-08 제 344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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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PE의 역사

한국 CPE는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선교사 서요셉 신부(Joseph Cahill)와 매리암 신부(Liam McCarron, 2007년 선종)로부터 시작되었다. 1963년부터 서울과 광주, 제주 등지에서 본당 사목을 하던 두 선교사는 1971년 미국에서 CPE 기본과정 4학기를 수료한 후 돌아왔다. 이후 서요셉 신부는 CPE를 접목해 사목상담 강의를 시작했다. 서요셉 신부는 사목상담 강의를 하면서 한국에서 CPE가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 그룹을 만들어 첫 CPE ‘실험’ 교육을 실시했고, 이 교육에는 당시 고(故)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도 함께하였다.

CPE 실험 그룹 실시로 한국에 CPE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서요셉 신부는 미국으로 다시 가서 CPE 수퍼바이저 과정을 시작하였다. 이후 1977년 미국CPE협회로부터 수퍼바이저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이후 1978년부터 1980년까지 정식 CPE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운영되었다. 당시 이한택(요셉) 주교도 제1기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서요셉 신부는 아일랜드로 발령받아 귀국하게 되었다.

이후 1982년부터 1989년까지 서울 명동 성모병원 원목 신부로 사목하던 매리암 신부가 비록 CPE 수퍼바이저 자격증은 없었지만, 서요셉 신부의 뒤를 이어 CPE 교육을 이어받게 되었다. 매리암 신부는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영성상담소와 가정상담소를 운영하고, 서울 대신학교 사목 상담 강의를 하며 CPE 프로그램을 병행하였다.

2002년 예수회 소속의 정무근(다미안) 신부가 미국에서 CPE 기본과정과 수퍼바이저 과정을 모두 마치고 미국CPE협회로부터 ‘Training Supervisor’ 자격증(수퍼바이저 과정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 후 귀국했다. 이후 정무근 신부는 2007년 종교를 초월해 한국CPE협회를 창설하였고, 현재까지 전국에 4대 종교(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27개의 CPE 센터를 운영하며 CPE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CPE 프로그램의 구성

CPE는 수퍼바이저의 교육철학과 방법론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공통적인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다.

1) 교육훈련 목표 설정: CPE는 교육생 스스로 자신을 교육 훈련하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으로서 자신이 이 교육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훈련할 것인지를 스스로 정한다. 
2) 주간 사목 성찰기: 학생은 한 주간 동안 사목을 하면서 혹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일어났던 사건이나 개인적인 이슈들을 자신의 교육훈련 목표와 연관하여 성찰하고 기록하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보게 된다. 
3) Case Study와 축어록 세미나: 학생은 자신이 경험한 사목방문 사례를 작성해 발표하고, 동료 및 수퍼바이저의 비평과 조언을 받으면서 사목을 위한 기술과 역량을 기르고 자신에 대한 자각을 통해 좀 더 나은 사목자로 성장하게 된다. 
4) 그룹관계 세미나: 대인관계 훈련으로, 그룹원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여 성숙한 대인관계를 완성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5) 개별지도: 학생은 수퍼바이저와 정기적 개별지도를 통해 각자의 교육훈련 목표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해 도움과 지도, 도전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수퍼바이저에 따라서 상실감 성찰기, 서적/기사 비평기, 가계도식, 임상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마무리하며

지난 4월 한국CPE협회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100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예수님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의 빛이고(요한 8,12), 나는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안다”(요한 8,14)고 말씀하신다.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라고 하시며 우리 또한 그 광채로 빛나기를 바라신다. 빛의 신비, 사랑의 신비에 머물도록 다시금 우리를 초대하고 계시는 것이다.

글 _ 박재한 루카 신부(작은 형제회, 성프란치스코 CPE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