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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帛書(백서)] 罪意識(죄의식)의 强要(강요)

周美(동아일보 문화부 근무)
입력일 2022-05-11 11:14:09 수정일 2022-05-11 11:14:09 발행일 1963-06-23 제 380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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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두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해도 한 사람은 아무런 죄의식(罪意識) 없이 행동에 옮기는 사람과 또 한 사람은 대단한 죄의식 밑에서 심한 가책을 받아가면서 행동하는 사람을 본다. 이렇게되면 사람들이 행하는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죄의식을 느끼느냐 안 느끼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일반인들이 흔히 말하기를 가톨릭신자는 지나치게 죄의식을 느끼기 때문에 매우 소심증(小心症)에 걸려서 스스로 자기 생활 무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고 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10계명이라고 하지만 풀이한 죄의 종목을 따지면 수십종에 달하는 계명을 거스리지 말면서 일상 생활을 영위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너무 지나치게 죄의식을 강요하지 말자는 것이다. 가톨릭 가정에서는 얼핏하면 어린이들에게 그렇게 하면 죄가 된다. 그것도 고해감이 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많이 듣게 되는데 부모들이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본다. 너무 죄! 죄! 하지 말고 어린이들의 착한 행실을 높이 평가해주고 칭찬해주는 방향으로 어린이 지도를 해나가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릴 때에 느낀 죄의식은 성인이 다 되어서도 좀처럼 고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그것으로 인해서 때때로 지나친 죄의식 때문에 스스로 괴로워해야 하고 자학하는 경우가 현실에는 많이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죄의식은 자기 생활을 위축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위축된 생활 속에서 능력껏 일하면서 살아가기란 힘든 일이 아닐까?

周美(동아일보 문화부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