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버림받은 여성위해 전재산 내놓은 이인복 교수

김인옥 기자
입력일 2020-12-10 14:40:40 수정일 2020-12-10 14:40:40 발행일 1989-11-12 제 167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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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덕이 아니라 의무"
소외된 여성 공동체 건립나서
25일 숙대서 후원회 발족
『미혼모가 아닌 자는 미혼모를 도와야 합니다. 과부ㆍ사생아가 아닌 자, 남편에게 사랑받는 자는 그렇지 못한 이를 도와야 합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여성들을 위한 공동체를 마련하기 위해 나선 이인복 교수(마리아ㆍ숙대국문과)는 그의 삶의 좌표인 이 말로써「나자렛 성가원」(가칭)에 대한 애정과 열의를 대신했다.

이 교수는 최근 가족의 전재산을 기혼녀들의 공동체 건립에 봉헌하기로 하는 한편 최근 펴낸 수필집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의 인세와 수익금 모두를 같은 목적으로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나자렛 성가원」은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 버려진 미혼모, 윤락녀, 이혼녀, 가난한 과부, 남편에게 학대받는 여성, 동거여성들이 정신적ㆍ육체적 치유를 통해 새 삶을 열게 하는 기혼녀들의 재활터이자 생활공동체가 된다.

전쟁의 와중에서 소녀가장으로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었던 기억이 있는 이 교수는 그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어주고 전장에 나간 한 신학생의 나눔과 사랑의 삶을 대신하리라던 14세 소녀의 결심을 40년만인 이제야 실행하게 됐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 교수가 소외된 기혼녀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두는 것은 아직 국가·사회적으로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나자렛 성가원」은 일체의 서류 없이 누구나 아무 때나 문을 두드리면 들어갈 수 있어 삶의 길을 잃은 여성들에게 등대지기가 될 것입니다.』

지난 7월 22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에 내놓은 수필집「슬픔이… 」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불과 석 달 만에 판을 거듭하는 기록을 낳고 있다. 주위에서는 이 작은 기적을 이 교수가 20여 년간 써온 1백여 편의 수필 속에 담긴 잔잔한 삶의 지혜와 구원에 관한 메시지가 크게 와 닿기 때문이라고 하고, 오래전부터 소외여성들의 상담자, 어머니로 살아온 이 교수의 숙원사업에 대한 호응이기도 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은 태부족이지만 전국에서 답지하는 성금과 책 판매 현황을 볼 때 『기적은 하느님이 만드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하느님을 위해 함께 손 모아 만들어 드리는 것임』을 깨우쳤다는 이 교수는 우리의 나눔은 덕이 아니라 생명의 의무가 아니겠느냐며 보다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 교수는 11월 25일 오전 10시 숙명여대 대강당을 빌어「나자렛 성가원」후원회 발족식과 미사를 봉헌할 계획이다.

앞으로 가톨릭 문학사를 집필하고 통일된 나라에서 「나의 신앙, 사랑, 나의 조국, 민족」을 제목으로 6.25때 이북에 끌려간 아버지에 대한 자전적 고백록을 쓰고 싶다는 열정을 보이고 있는 이인복 교수는 문인의 최고 영예라 할 금년도 대한민국 문학상 「평론부문」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교수는 평론집 「죽음과 구원의 문학적 성찰」로 여류 평론가로서는 최초의 대한민국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으며 이 모든 영예도 「나자렛 성가원」을 위해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