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그러나 그 부르심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사람에 따라 너무도 다양하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그 부르심에 응답하고 있을까? 이에 본보는 애독자 여러분의 입교 수기를 널리 모집, 게재함으로써 신자들의 전교활동에 보탬이 되고자한다<편집자 註>
내 나이 40살을 넘은 지도 벌써 5년이 또 지났다. 1933년생이니 그렇게 된다.
나의 과거를 돌이켜볼 때 참으로 한심하고 불행의 연속이었다. 한국 내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국민학교에 들어가서는 당치도 않게 일본 말과 일본 글을 배워야 했던 모순된 생활의 연속이었고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런 모순 속에서 한 5년을 보내는 동안 국민학교 5학년 때에 해방을 맞았고 그때의 나 자신도 모순이 몸에 밴 기형아로 자라났다.
동근동조 사상의 군국주의 교육에 중독된 나는 일본이 전쟁에 진 것이 내가 누구와 싸워 억울하게 진 것보담 더 분해했으니 말이다. 실상 우리 세대는 참으로 불행한 시기에 태어나 온갖 고초를 겪으며 살아왔다. 다시 말하면 국민학교 때는 2차대전의 와중에서 공부는 뒷전이고 고사리손으로 광솔을 따고 마초를 베고 식량 증산에 노력 동원을 당하였고 중고등학교 때는 영어를 배우며 6ㆍ25 동란으로 고생을 했다.
나는 이런 고난 속에서 가엾게도 신앙조차 못 갖고 살아왔다. 그런데 지겹던 생활을 청산하고 나도 믿음을 얻게 되었다. 내가 신앙을 가짐에 있어서 이렇게 늦게까지도 못 가진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일한 이유는 진심으로 신앙을 가질 동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옳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와 결혼한 아내는 어릴 때부터 독실한 크리스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믿음을 갖는 것에 지쳐 단념하였고 가끔 만나뵐 수 있는 몇몇 신부님들도 한결같이 나에게 신앙을 갖도록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도 이제 성세성사를 지난 8월 14일에 받았고 새로운 생활을 해나갈 특권을 주시겠다고 복자성당의 이 신부님이 약속해 주셨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까지도 나는 하느님을 믿고 믿음을 갖는다는 데 대해서 모르고 부족한 것이 많다.
「성세성사」를 받는 이는 이제 선택된 민족으로 임금이신 하느님의 제관들이며 거룩한 겨레가 되고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이며 특히 주님이 세우신 교회의 모든 성사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다고 하는데 처음으로 신앙을 얻은 내가 감히 그런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신앙에 대해서 깊이 연구도 하지 않았으며 마음먹고 성서를 한 줄도 제대로 읽지 않고 얄팍한 지식으로 종교를 논하고 비판했으니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벽 같다고 한 것과 무엇이 다르랴. 내가 늦게야 종교를 갖게 된 원인을 한 번 생각해 보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