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유교의「仁」과 그리스도교 사랑 / 이성배 신부

이성배 신부ㆍ대구가톨릭대 교수ㆍ기초신학
입력일 2019-12-27 14:25:49 수정일 2019-12-27 14:25:49 발행일 1987-10-25 제 157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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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벽 등이 인을 신적차원으로 승화시켜
하느님 사랑은 인간한계 초월
仁은 신적인 사랑 거부
◆가톨릭전래 2백여년 문화복음화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가톨릭 문화연구원 (이사장=현석호, 소장=김태봉)이 지난번에 이어 천주교와 유교를 주제로한 3차 심포지움을 10월 10일 명동성당 교육관에서 또다시 마련했다. 심포지움에서는 정인재(서강대ㆍ철학) 교수와 이성배 (대구가톨릭대) 신부가 「유교의 「天」관과 그리스도교의 하느님」 「유교의 「仁」과 그리스도교의 사랑」을 주제로 전통문화의 뿌리를 이루는 유교와 그리스도교에 대한 심도깊은 접근을 펼쳤다. 다음은 두 발표를 요약한 것으로 토론시간에는 ▲중국유가전체에 흐르는 「天」의 맥락을 잡기위해서는 동중서뿐 아니라 공자ㆍ주자 등 다른 학자들위 천관도 살펴봐야 한다는점 ▲유가의 「仁」을 애인(愛人)에만 국한할것이 아니라 궁국자와 관계를 맺고있는 폭넓은 개념으로 확대해석해야한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뜻 글자인「인(仁)」과 소리 글자인 「사랑」은 전혀 다른 문화배경에서 생겨나 발전하고 그 의미를 형성해왔기 때문에 그 의미가 다양하고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무리는 「인」과 「사랑」이 어떤 배경속에서 사용되고 의미를 발전시켜왔는지를 먼저 살펴봐야한다.

가, 인(仁)

시경에는 「좋은 사람」정도의 뜻으로 쓰이고 공자 이전부터 이미 「사람을 공경하는 덕의 근본」으로 여겨지고 또 「백성을 보호하고 사람을 사랑하는」의미로도 쓰였다. 이렇게 춘추의 전을 중심으로 공자의 가르침 밖에서 인이라는 방을 살펴보더라도 인이라는 글자가 사람(人)과 두이(二)가 결합된 형태로 인간사회의 윤리적 테두리안에서 생성돼왔지 신아나 하늘고의 관계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이런면에서 많은 시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대사상가 공자의 인이다. 공자는 춘추전국 시대의 혼란한 상황속에서 신의 권위가 인정되지 못하고 약육강식의 세계가 지배하는 분위기에서 인의 가르침을 베풀었다.

그는 견디기 힘든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실제적 관심을 가지고 인간실존의 관계를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인의 사상을 주창했다. 공자는 인의 본질을 가리켜 『한마디로 평생토록 실행할만한 것이며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니면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한다』고 했다.

이렇게 볼 때 실존적 인간 관계에서 출발한 공자의 인은 인간 완성에 이르는 모든 도(道)와 덕(德)에 미치고 구체적 행동원리로써 충서(忠恕)로 표현되는 사람이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에 대한 사랑이고 인간실존안에 머물며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사랑일 뿐이다.

나, 그리스도교의 사랑

구약성경에서 사랑으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말은 아하브(ahab) 와 헤세드(hesed) 이다. 아하브는 인간의 사랑과 신의 사랑을 뜻하며 때로는 성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헤세드는 주로 「충성된 사랑」을 뜻하며 온갖시련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약에 충실하는 불변의 사랑ㆍ자애ㆍ충성 등을 가리킨다.

신약성경에는 아가파오 (agapao) ㆍ아가페(agape) ㆍ아가페토스(agapetos) 등이 나오는데 이는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을 사랑하고 그로 인해 세상과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신 다는 의미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것 등을 나타내며 애덕이나 성령에 의한 사랑의 의미로도 쓰였다.

이렇게 여러가지로 표현되는 사랑은 공통적으로 인간적 실존보다는 하느님의 사랑이 더 우선적인 의미를 갖는다.

구약에서 외아들 이사악을 희생할 정도로 존경과 두려움의 신비에 이르는 사랑, 혼신을 기울여 계약에 충실한 모습, 호세아 예레미아 등 예언자들의 행적에서는 충실한 모습, 호세아 예레미아 등 예언자들의 행적에서는 충실한 사랑 헤세드의 의미가 뚜렷이 부각된다. 유배이후 이 사랑은 온 인류에 대한 보편애(普遍愛)로 확대 되었고 구약말기에는 목숨을 바치는 순교까지도 의미했다.

이런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한차원 높은 곳으로 승화된다. 예수는 인간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예수의 실존 그 자체는 인간의 사랑과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구체적인 계시이다. 이로써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과 생명의 신비가 명백하게 드러나고 인간에게 하느님의 힘인 성령을 통해 전달하게 된 것이다.

다, 인과 사랑의 만남

공자의 인이 인간의 실존적 관계에서 마땅히 추구해야하는 길이고 규범이며 실천일을 밝힌 것과 같은 시대에 지혜문학이 하느님의 사랑을 인간중심적이고 실존적인 차원에서 다루었다는 우연적인 비슷함도 있지만 지혜가 하느님이고 지혜의 사랑이 하느님인 반면 공자의 인은 신적인 것을 위도적으로 거부했다는 차이점도 있다.

또한 성서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안에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되지만 인에서는 오히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해석의 차이만 가져온것 같다. 그러다가 선교사들의 중국대륙 진출과 더불어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이 이루어졌지만 인의 차원에서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길이 없고 우리는 오직 한국 천주교회의선구자들인 이벽과 정약용 등에 의하여 인의 의미가 신적인 차원으로 승화되는 흔적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성배 신부ㆍ대구가톨릭대 교수ㆍ기초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