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故 정낙교 신부를 기리며

입력일 2019-11-07 14:53:53 수정일 2019-11-07 14:53:53 발행일 1987-08-16 제 156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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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벗, 정낙교 신부!

하느님은 사랑이시기때문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때로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도 당신의 놀라운 일을 이루시는 분이라는 걸 우리는 굳게 믿고있다.

하느님께서는 너를 가장 사랑하셨기에 우리중에 가장 먼저 불러가셨다는 것 또한 믿는다.

너는 네 인생의 반을 사제가되기위해 바쳤고, 사제로서 청년들과 봉사활동을하다 한자매를 구하기위해 함께 죽음을 당한 영원한 사제로서 우리안에 기억될 것이다.

못다이룬 사제직에의 미련일랑 우리에게 맡기고 부디 평안히 쉬거라. 친구야!

대신학교때부터 너는 남다른 은근과 끈기가 있었지. 시간만 나면 방에 틀어박혀서 서예를 한답시고 쭈그리고 앉아있는 너를 우리가 얼마나 놀렸었니?

그런데 어느날 너는 우리 앞에 적어도 그분야에 있어서는 아무도 따라갈 수 없는 훌륭한 서예가가 됏더구나.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한번 마음먹은 것을 끝까지 자신과 싸워서 해내고야 마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너를 자랑스러워 했고 무언가 큰일을 꼭 해낼 녀석이라고 믿었었지.

우리는 너의 죽음앞에 모여서 망연자실하여 「하느님 도대체 왜」라는 말만을 되뇌이곤했단다. 바로 우리가 젊은 사제로서 좀더 열심히 살지못했기 때문에 네가 우리 대신 가장 순결한 제물이된 것이 아닌가.

사랑하는 벗 낙교야!

지난 수요일 밤 동창 신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사람 한사람을 꼽아가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는데 그게 바로 너였다니… 도대체 내가 너의 조사를 쓴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는구나.

선배사제, 80이 다되신 홀어머니, 누나 수녀, 본당신부님과 신자들에게 그토록 아픈 추억을 남기고 어쩌면 이리도 홀연히 우리곁을 떠났단 말이냐? 낙교 이녀석아 대답 좀 해봐라. 네가 정말 죽었단 밀이냐.

부디 하느님 품안에서 남은 우리들을위해 간구해다오. 너의 뒤를 따라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부끄럼없고 후회없는 사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 영원한 사제로서 너와만나 함께 기뻐할 수 있도록…

주여! 사제 시몬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아멘.

1987년 8월 10일 동창신부 대표 홍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