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 한 편이 숱한 고난의 여정을 신앙 안에서 시어로 육화해 드러난 시입니다. 그래서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시를 잘 써서 받았다’라기 보다 ‘하느님께서 큰 은총을 주셨구나’하는 과분함과 감사함이 들었습니다.”
이인평(아우구스티노·63) 시인은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집 「소금의 말」은 “서정시집이지만, 사실은 신앙시집”이라고 말한다. 가장 절박한 시절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과 진솔하게 대화하며” 쓴 시이기 때문이다.
이 시인은 어려운 형편으로 근근이 살아가면서 건축현장에서 일하다 크게 다치기도 하고 사업에 실패하기도 하면서, 당장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암담한 시기를 겪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할 정도로 절박했던 그 순간, 이 시인은 “죽기 전에 주님께 시집을 봉헌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사로잡혔다. 시작(詩作)에서 떠나지 않기 위해 다리를 의자에 묶어가며 시를 썼고, 한 편씩 완성할 때마다 십자가 앞에서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소금의 말」에 실은 작품 대부분은 그 어려운 시기에 초고를 썼다. 그는 당시 쓴 시 중에서도 아끼는 작품을 20~30년 세월에 걸쳐 수없이 다시 보며 퇴고하고 그 결정체를 모아 시집에 담았다.
“우리는 언제나 기뻐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언제든 화낼 준비, 반대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은총에 기쁨이 담겨 있는데 은총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것이죠.”
이 시인은 “마음의 진심, 신앙의 은총을 시에 담는 것”이 그에게 있어 “시의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시를 통해 누구나 주님의 은총을 느끼고 기쁘게 살 수 있도록,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를 쓰려고 노력한다. 그런 시를 쓰기 위한 ‘롤 모델’이 있다. 바로 ‘예수’다.
이 시인은 “예수님은 비유와 상징으로 말씀하셨지만,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쓰지 않으셨다”면서 “이것은 시의 기본이자 시의 경지”라고 강조했다. 또 “예수님은 자신이 가진 기쁨과 평화를 주시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셨는데, 가톨릭 신앙시인 역시 기쁨과 평화를 전하기 위해 시를 써야 한다”고 시인으로서의 사명을 밝혔다.
“신앙시는 ‘찬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찬미’하지 않으면 불행해지고, 세상은 삭막해지죠. 성경에도 사랑을 뜻하는 말보다 찬미를 뜻하는 말이 더 많습니다. 앞으로도 시를 통해 사람들이 하느님을 찬미하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자는 메시지를 전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