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생명도 무한한 암흑도, 모두 하느님 손에
오르는 빛이고 호셰크는 어둠이다.
■ 대비 오르와 호셰크는 강한 대비를 이루는 말이다. 일찍이 하느님의 창조는 오르(빛)와 호셰크(어둠)를 가르며 시작되었다.(창세 1,4) 이집트 탈출 사건의 가장 결정적인 대목인 갈대 바다의 기적 사건에서도 하느님은 이집트 군대와 히브리 백성 사이를 가르시어 한 쪽은 호셰크하게(어둡게) 하시고 다른 쪽은 오르를 주셔서 밤을 밝히셨다.(탈출 14,20) 하느님은 빛과 어둠을 지배하시는 분이시다.■ 어둠
호셰크는 명사로서 ‘어둠’을 대표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동사형은 하샤크이다. 하샤크는 우리말에 정확히 대응하는 말이 없어서 문맥에 따라 조금씩 의역할 수밖에 없다. 대개 ‘희미해지다’, ‘어두워지다’, ‘빛을 잃다’ 등으로 옮긴다. 이를테면 빛이 하샤크하거나(욥기 18,16) 하늘의 해나 달이나 별이 하샤크한 것은 제 빛을 잃고 ‘어두워지는 것’이다.(이사 13,10; 욥기 3,9; 에제 32,8; 코헬 12,2) 밝은 빛을 보아야 할 사람의 눈이 하샤크하면(어두워지면) ‘보지 못하는 것’이다.(시편 69,24) 사람은 본성상 밝고 빛나는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호셰크나 하샤크는 대개 부정적인 문맥에서 사용된다. 하느님께서 “호셰크(어둠)를 드리우시면”(시편 104,20) 밤이 찾아온다. “도둑은 호셰크(어둠) 속에서 남의 집에 침입하고”(욥기 24,16), 호셰크(어둠)는 주님의 자애와 기적을 모르는 곳으로서 멸망과 망각의 무덤과 같다.(시편 88,12-13) 호셰크는 막장 끝의 어둠이고(욥기 28,3), 주님의 은총을 입지 못한 백성은 “호셰크(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사 9,1)으로서 암흑의 땅에 사는 백성과 같다.주원준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rn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