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고 새로운 성물들 어우러진 성전 ‘우리 어머니’ 뜻 가진 성모 마리아 성당 전례 변화로 쓰지 않는 옛 유물도 전시 정원과 마당은 지친 이들에 활력 전해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에도 수많은 성당과 경당, 미술관과 박물관이 산재해 있다. 일 년 내내 세계의 사람들이 파리를 방문해 즐거워하고, 그곳을 떠날 때는 파리에서 있었던 추억의 보따리를 연인처럼 가슴에 품고 돌아간다.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도 파리를 마치 고향처럼 그리워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에게 미치는 예술의 힘이 얼마나 강렬한가를 파리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파리에는 에펠탑이나 루브르박물관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곳이 노트르담 주교좌 성당(Cathedrale de Notre-Dame de Paris)이다. 노트르담이란 ‘우리의 어머니’란 뜻으로 성모 마리아를 지칭한다. 따라서 노트르담 성당은 성모 마리아 성당이라고 할 수 있다. 파리에만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전역에 같은 이름을 가진 크고 작은 성당이 많이 있다. 파리의 중심을 관통하는 세느강에는 작은 시테(Cite)섬이 있고, 그 섬 한가운데 노트르담 성당이 우뚝 서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큰 성당 가운데 하나인 이 성당은 파리대교구장이었던 모리스 드 쉴리(Maurice de Sully)에 의해 계획됐다. 그리고 루이 7세(Louis Ⅶ) 때인 1163년에 공사가 시작돼 182년이 지난 1345년에 완성됐다. 노트르담 성당은 길이 128m, 폭 48m, 높이 69m의 규모로 한 번에 650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다. 프랑스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서 그 안에는 많은 조각품과 화려한 유리화가 장식돼 있다. 특히 성당의 서쪽과 남쪽 그리고 북쪽에는 커다란 원형 유리화가 있는데, 그것을 장미창이라고 부른다. 장미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꽃이기 때문에 유리화의 중앙 부분에는 아기 예수님을 안은 성모님이 계신다.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처럼 유럽의 큰 성당에는 부속 보물실이나 박물관이 있다. 전례 예식의 변화나 성물의 교체 이유 등으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성물들의 소멸을 방지하고 보존하기 위해 이 같은 부속 건물을 갖췄다. 노트르담 성당 내부의 오른편에도 보물관이 있는데 이곳에는 제의류와 제구 등 다양한 교회 유물이 잘 전시돼 있다. 그러나 노트르담 성당의 오래된 모든 성물이 보물실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큰 것은 대성당의 본래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 예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년) 이전에 사용됐던 오래된 제대를 꼽을 수 있다. 그 제대 주변은 성모님께서 죽은 예수님의 시신을 안고 기도하는 피에타(Pieta)로 장식됐다. 지금 그 제대는 사용되지 않지만, 원형 그대로 보존돼 성당의 지난 역사를 말해준다.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