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참 신앙인의 표상이 되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올바로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안 의사의 평화사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내용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가 안 의사 의거 104주년을 기념해 18일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나왔다.
‘안중근 동양평화론 실천을 위한 구상과 한계’를 다룬 세션에 나선 성공회대학교 이남주 교수(중국학·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는 “국가 간 갈등구조가 국가 차원의 개혁을 가로막고, 초국가적 안보협력도 어렵게 만들고 있는 동아시아의 현실에서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드러나는 평화사상은 우리 시대가 배워야 할 창조적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다자안보체제의 형성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유럽 사회와 달리, 식민지배의 역사와 불철저한 전후 처리가 동아시아지역에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영토 분쟁의 소지를 남겨놓았다”고 지적하고 “안중근 의사가 뤼순항의 활용방식과 관련해 제시한 해결방식은 도서 영유권을 배경으로 한 동아시아지역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방식을 찾는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밝혔다. 그는 “그 어느 지역보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 동아시아지역에서 다자안보체제를 형성해 역내 평화를 일궈나가기 위해서는 ▲지역단위의 초국가적 협력 ▲국가 간 관계의 정상화 ▲개별 국가의 내부 개혁 등 세 가지 과제에 대한 다층적인 접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안 의사의 미완의 기획을 다시 살려내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 교수는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대해 “안 의사의 동아시아 협력 구상은 동아시아공동체론의 선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고 “우리나라의 자주독립을 넘어서 지역공동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치·경제·군사적 협력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안 의사의 동양평화사상은 유럽에서 등장한 지역공동체 구상과 더 가깝다”고 주장했다.
‘안중근 의사 의거의 역사적 사실과 평가’를 되새기는 세션에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비춰 안 의사의 정신을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으로 본 안중근 의거의 정당성‘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안 의사의 독립투쟁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의 실현으로서, 국채보상운동은 경제적 권리의 실현으로, 계몽운동으로써 학교 설립과 운영은 문화적·사회적 권리의 실현으로, 독립운동과 동양평화 구상은 연대의 권리를 실현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신부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식민지화 정책은 공동선 실현이라는 정치제도의 존재이유와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안 의사의 의거는 ‘공동선에의 투신’이었으며, 이웃의 선익에 투신하고 복음의 뜻 그대로 남을 위해 자기를 잃은 ‘연대’의 실현이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박 신부는 “간디의 비폭력 저항도, 안 의사의 무력독립투쟁도 강점에 뒤따르는 인간존엄성과 공동선의 파괴, 곧 악을 거부하는 순교라 할 수 있다”며 “안 의사는 강도당한 사람을 돌봐준 참된 이웃이며, 구원의 하느님 뜻을 찾은 참된 신앙인이며, 하느님 앞에 의로운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