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훈련병의 마음으로 / 조대형 기자

조대형 기자
입력일 2013-01-29 04:13:00 수정일 2013-01-29 04:13:00 발행일 2013-02-03 제 283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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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갓 입대한 훈련병이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 논산훈련소 26연대 연병장에서 다른 병사들과 함께 훈련을 받고 있었다. 방향을 잃고 사정없이 내리치는 비에 속옷까지 모두 젖었다. 2월 늦겨울 바람이 연병장을 휘감고 지나가면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검은 모자를 깊이 눌러 쓴 조교의 눈을 피해 잠시 요령을 피웠을 찰나, ‘151번 훈련병 똑바로 합니다!’ 서릿발 같은 호통이 연병장에 울렸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총을 놓치는 순간 비로소 꿈에서 깰 수 있었다.

나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악몽’으로 분류되는 군대 꿈을 꾼다. 논산훈련소 26연대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는데, 당시 26연대는 논산훈련소 내에 있는 연무대성당과 가장 가까운 연대였다. 나는 성당에서 가까운 연대에 배치된 것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기고 감사기도를 드렸다. 실제로 생활관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성당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5주간의 훈련소 시기는 공교롭게도 사순시기와 얼추 맞아떨어졌다. 당시 어머니가 보내주신 편지가 아직도 기억난다. 낯선 환경에서 받는 힘든 훈련을 사순시기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생각으로 잘 이겨내라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받은 이후 매일 고된 훈련 중에서도 묵주기도를 하며 잠들었고,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종교 활동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했으며, 금쪽같은 쵸코파이도 옆 동기와 기꺼이 나눴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만큼 사순시기를 잘 보낸 기억이 없다.

군 제대 후 사순시기는 대부분 의미 없이 허투루 보내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매해 여러 다짐을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제 곧 사순시기가 다가온다. 올해 사순시기는 그 누구보다 간절하고 치열한 마음으로 주님께 의지했던 훈련병의 자세로 돌아가 보려 한다. 잘 보내기 위해서는 묵상을 통해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열흘 앞으로 다가온 사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결코 이른 것이 아니다.

조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