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 – 신학자 70인에게 묻다] (2) 함께 가는 교회로

박영호
입력일 2025-05-28 09:07:56 수정일 2025-05-28 09:07:56 발행일 2025-06-01 제 344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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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달리타스, ‘쇄신’ 기대 담긴 교회 핵심 과제로 부상…사목 현장 관심은?

가톨릭신문은 새 교황 레오 14세의 선출을 맞아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 – 신학자 70인에게 묻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이끄는 교황의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들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곧 가톨릭교회 전체의 소명을 드러내며 하느님 백성 전체가 그 소명의 실천에 어떻게 협력하고 투신할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총 4회에 걸쳐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와 하느님 백성의 나아갈 길을 살펴본다.

 1. 시작하며 - 설문조사 결과 종합
2. 시노드 교회를 향해 - 시노달리타스의 실현
3. 교회는 쇄신돼야 -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실현
4. 세상과 교회 - 빈곤과 폭력을 넘어 그리스도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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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6일 바오로 6세홀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마지막 회의를 마친 후,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노드 대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CNS

설문조사에서 신학자들이 새 교황의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로 꼽은 것은 ‘시노달리타스 구현과 시노드 정신에 따른 교회 건설’이다. 70명 중 절반인 35명이 시노드 교회 건설만이 교회가 참된 하느님 백성이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응답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노달리타스의 구현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해오신 일을 지속하는 일입니다. 이제 경청하는 교회의 모습은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동안 하느님 백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 않고 가르치려고만 해왔습니다. 같이 걸어가면서 함께 묻고 답해야 합니다. 교회가 쇄신하려 하지 않고 머물러 있으면 더 이상 희망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이제는 세상의 흐름에도 발맞추어 갈 수 있는 쇄신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신학자들이 시노달리타스를 교황의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로 선택한 이유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프란치스코 교황의 쇄신 노력이 집약적으로 담긴 것이 시노달리타스이고 레오 14세 교황은 그 개혁 노선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둘째, 시노달리타스는 교회 쇄신의 다른 이름이며, 원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이다. 이는 다른 사목적 과제들의 상위 개념이다.

셋째, 시노달리타스는 교회를 넘어 세상과 자연과의 친교로 나아간다. 전쟁과 평화, 빈곤과 불평등, 기후 위기 등 세상의 모든 불의와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시노드 교회의 목표는 실현돼야 한다. 넷째, 여전히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으로 나아가는 여정은 멀다. 대부분의 지역교회 안에서는 여전히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실천의 실마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새 교황 레오 14세는 시노달리타스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신학자들의 생각이다.

시노달리타스, 프란치스코 교황 개혁의 집약

시노달리타스라는 용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세계주교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언급한 단어로 이후 교회의 생활과 활동의 기본 원리로서 강조됐다. 특히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2021년부터 3년 동안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쇄신 노력의 정점이자 종합이었다.

교구와 본당 단위부터 하느님 백성 전체의 의견을 묻고, 경청과 대화, 식별의 과정을 거쳐 두 차례의 본회의 끝에 시노드 최종문서가 작성됐다. 교황은 이 문서를 명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그 자체를 교황의 교도권적 문서로 삼고, 앞으로 3년 동안 각 지역교회에서 시노달리타스 구현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그 성과를 나누도록 했다. 그럼으로써 이제 보편교회 전체가 시노달리타스를 구체적으로 교회 생활 안에서 실천하는 이행 단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시노달리타스, 교회 쇄신의 명확한 ‘로드맵’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과 일치
교회 내부로만 한정짓지 않고 세상과 친교 도모해야
구체적 변화·성과 요원…일선 본당 관심부터 이끌어야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

신학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핵심적 쇄신 과제가 시노달리타스에 담겨 있다며 새 교황이 그 과제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장 강한수(가롤로)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삼천년기의 교회에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이 시노드 여정이고,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의 본질이고 존재 방식이라고 말했다”며 “시노드 교회 건설이 새 교황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안드레아) 연구실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달리타스라는, 교회 쇄신의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했다”며 따라서 “레오 14세 교황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2028년까지 예정된 후속 조치 일정을 충실히 이행하며 교회가 지속적으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노달리타스는 쇄신이다

신학자들은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회 쇄신이 필요하며, 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과 일치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시노달리타스와 교회 쇄신, 공의회 정신의 실현을 다른 모든 사목적 과제들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으로 인식했다.

우리신학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소장은 “시노달리타스는 공의회 정신의 실현이고 교회 쇄신을 바라는 신자들의 기대와 희망을 함축하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우리신학연구소 황경훈(바오로) 선임연구원은 “시노드 교회는 평신도 역할 확대, 교회 개혁, 보수와 진보의 통합, 주교 단체성의 시노달리타스로의 통합 등의 과제를 모두 포괄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대신학교장 민범식(안토니오) 신부 역시 “교회 쇄신과 시노드 교회 건설은 동일한 목표를 지칭한다”며 “교회가 복음 정신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곧 ‘쇄신’이며 ‘시노달리타스의 구현’”이라고 전했다. 수원가톨릭대학교 기획처장 한민택(바오로)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는 교회 쇄신의 핵심 축”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지속적으로 시노드 교회 건설을 위한 양성에 매진한다면 교회가 변화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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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1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대의원들이 원탁 테이블에서 그룹토의를 하고 있다. 신학자들은 더욱 참여적인 시노드 교회 건설을 새 교황의 최우선적인 사목 과제로 꼽았다. CNS

세상과의 친교로 나아가기

한편 신학자들은 시노달리타스의 구현을 교회 내 친교의 과제로서만이 아니라, 세상과 자연과의 친교의 관계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로 인식했다.

대구대교구 사목연구소장 박용욱(미카엘) 신부는 “하느님과 단절되고, 자연 및 사람들 서로 간의 관계를 상실한 현대 사회에서, 교회는 삼위일체의 관계를 드러내는 친교의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며 “교회가 삼위일체의 친교에 뿌리를 두고, 관계 속의 인간이 누리는 충만함을 체험하는 곳이 될 때, 인류와 모든 생명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김선필(베드로) 선임연구원은 “시노드 교회란 일차적으로 교회 내적 쇄신을 의미하지만, 교회는 세상과도 함께 걸어가야 한다”며 “이 시대가 교회에 요구하는 것은 곁에 있어 주는 것, 곧 세상의 아픔을 자기 것으로 공감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요원한 시노드 교회의 여정

신학자들의 응답에 의하면, 시노드 교회로의 여정은 여전히 첫걸음에 지나지 않고, 그 성과는 기대와 희망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이 오히려 새 교황이 시노달리타스를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로 삼아야 하는 당위성이 된다.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박진수(요한 사도) 교수는 “시노드 여정을 시작한지 오래 지났지만 구체적인 변화와 성과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수원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학처장 정진만(안젤로) 신부는 “각 지역교회의 개별적 상황들 안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 교황님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일꾼 한상봉(이시도로) 편집장은 “가장 개혁적인 사람이 프란치스코 교황이라고 할 만큼 지역교회 안에서 개혁된 교회의 모습을 볼 수 없고, 시노달리타스 역시 일선 본당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현실”이라며 “교회의 모든 계층 안에서 개혁의 의지를 체감하고 시노달리타스를 긴급한 과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