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하여 마을 단위로 둔 조직’을 뜻하는 ‘두레’가 교회내 본당 단체 등에서 ‘소공동체’, ‘구역’, ‘동아리’ 등을 뜻하는 새로운 의미로 사용되는 추세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담당 홍근표 신부) ‘가톨릭 영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두레활동’은 동아리 활동을 뜻한다. 아카데미가 출범하던 2007년부터 쓰여지고 있다. 기존 어르신학교 등에서 ‘동아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두레명’, ‘두레활동’, ‘두레강사진’ 등의 용어가 자연스럽게 이용되고 있다.
서울 제기동본당(주임 전원 신부)은 새로운 본당 소공동체 모델명을 ‘두레’로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 ‘구역’을 ‘두레’로 칭하고, ‘두레’를 본당 조직 중심에 두는 소공동체 모델을 운영중이다. 이 같은 ‘두레’ 사용의 확산은 토속적인 고유 용어를 교회가 신앙적인 것으로 의미를 새롭게 변화시킨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기동본당에서의 ‘두레’ 사용은 1995년 보좌신부 시절 주일학교 청소년 구역 모임을 ‘두레’로 명명했던 전원 주임신부의 시도였다. 신자들의 자발적 참여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뜻이 컸다.
두레를 명칭으로 하는 소공동체 모델은 서울 무악재본당(주임 조재연 신부)에서도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본당에서도 ‘두레 전례’, ‘두레 소식’ 등 두레 용어가 구역이라는 말 대신에 쓰여지고 있다.
전원 신부는 “협동심을 드러내는 옛말이기도 하지만, 행정적 의미를 지닌 구역이라는 말 대신 두레라는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신자들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함께한다’는 의미를 더 잘 되새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옛 풍습에서 나온 ‘두레’라는 용어 안에서 신자들 모두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것.
가톨릭영시니어 아카데미에서도 두레 용어에 대한 어르신들의 친밀도는 매우 높다는 평이다.
전 신부는 “공동 우물가에서 두레박을 통해 물을 긷던 한국 고유의 정서도 떠올릴 수 있는 등 ‘두레’는 보다 쉽게 정서적으로 ‘공동체’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단어인 것 같다”면서 “사목현장 안에서의 가톨릭 문화 창출이라는 면에서도 두레 용어의 확산은 의미가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