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경본(Missale)은 크게 두 부분「통상문」(Ordo)와「고유」(Proprium)부분으로 나뉜다. 고유 부분은 또「전례시기 고유미사」와「성인성녀 고유미사」등 두 부분으로 크게 구분된다.
미사경본에는 미사 때마다 변하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미사 통상문은 미사의 순서와 변하지 않는 부분이 수록돼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처음에는「순서」라는 말을 써 오다 미사 때마다 변하지 않는 기도문들의 수록이란 점을 더 나타내기 위해「미사 통상문」(Ordo Missae)이란 용어를 도입, 지금까지 써오고 있다.
특징
새 미사 통상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라틴어 원문에 충실하되 신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기도의 본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적 감각에 맞는 용어와 표현법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사도신경 내용 중「고성소에 내리시어」란 부분을「저승에 가시어」로 고쳐 예수의 완전한 죽음을 확실히 표현했다.
「고성소에 내리시어」는 그간「지옥에 내리시어」, 불교용어인「명부에 내리시어」등 여러 표현으로 시도하다, 라틴어 원문인「앗 인페로스」(ad inferos)의 명확한 의미와 3일만에 확실히 부활한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저승에 가시어」로 확정했다.
새 미사 통상문의 또 다른 특징은 하느님의 위격을 정확히 구분하는 표현과 우리 고유의 예법을 살려 하느님에 대한 존칭어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즉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드러낼 때는「천주」를 사용하고, 성부를 뜻할 땐「하느님」을, 성자는「그리스도님」, 성신은「성령」으로 통일했다.
세번째로 새 미사 통상문은 국어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들을 가능한 대로 줄이고, 과거「문어체」에서 탈피, 「구어체」로 모두 바꿈으로써 신학적 내용이 잘 표현됨과 동시에 기도하는 내용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일례로 성찬기도 축성문 중「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고 고침으로써 신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성혈 축성의 분명한 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새 미사 통상문에는 처음으로「기원미사 감사기도」가 포함돼 지금까지 사용돼 오던 4개의 성찬기도 양식 외에 하나 더 늘어 미사 전례를 보다 풍성하게 했다.
개정되기까지
교황청 경신성사성으로부터 금년 4월19일자로 승인된「한국어 새 미사 통상문은 지난 1987년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개정작업을 확정한 이래로 1988년부터 본격 착수, 10차례의 수정, 보완작업을 거친 후 11번째 시안이 지난해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95.3. 20∼23)때 통과, 이번에 교황청 사용승인을 얻기까지 실로 만 9년이란 긴 세월이 소요됐다.
새 미사 통상문 개정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가톨릭신문을 비롯한 교회 언론과 잡지를 통해 일부 전례학자와 신학자, 국어학자들 간에 공방이 있었고, 신학교와 수도원, 서울대교구 일부 본당에서 시안으로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표명해 왔다.
새 미사 통상문은 주교회의가 지난 1967년 10월17일자로 미사전문(典文)과 고백 등 4개 성사집전 기도문을 우리말로 드리도록 확정 발표(가톨릭 신문 제593호ㆍ1967년 11월12일자 1면 참조)한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완전 개정한 미사 전례문이어서 한국 천주교회 전례사는 물론, 교회사적으로도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한국 천주교회의 우리말 미사경본 사용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 주교단은 1965년 6월30일부터 7월3일까지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에서 주교회의를 개최, 미사 전례문 중 교황청으로부터 추인된 우리말 사용 부분을 11월28일부터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이후 한국 주교회의는 미사 중「니체아 신경」을「사도신경」으로 대치하고 미사전문과 고해, 병자, 견진, 혼인성사 집전 기도문과 미사외의 영성체, 병자 영성체 등에 있어서도 한국어 사용을 1967년 12월2일부터 지금까지 시행해오고 있다.
파급 효과
지난 30여간 한국 사회는 경제적으로 급성장했고 문화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언어생활에 있어서도 용어와 어휘사용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 새 미사 통상문 개정작업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새 미사 통상문은 앞으로 교회 용어는 물론 신자들의 언어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미사 통상문이 바뀜에 따라 앞으로 주요 기도문과 성가, 예식서 등이 전면 개편될 예정이어서 한국 천주교회 전례 전반에 엄청난 쇄신의 바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사 통상문 개정에 맞춰「주요 기도문」들이 새롭게 개정될 것이다. 또한 주요 기도문이 구어체로 바뀜에 따라 미사곡도 새롭게 작곡되어야 하며 전례위원회는 앞으로 새 성가곡을 공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식서 모두가 개편될 예정이어서 전례에도 적지 않은 파급을 가져올 것이라 전망된다. 또 기도서와 성가집, 미사경본과 예식서를 모두 새로이 구입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교회 일부에서 저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번에 미사 통상문이 새로이 개정됐다고 해서「한국어 미사경본」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아직 미사「고유」부분 개정작업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사「고유」부분의 신속한 개정작업과 주요 기도문 개정작업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 명실상부한 새 미사경본 출간과 새 가톨릭 기도서 출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