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이다.
24시간 경비 근무를 마치고 아침 8시15분에 도착을 해서 아침 식사를 하고 몸을 씻고 3시간가량을 자야 어제 저녁 근무한 피로가 조금 풀린다. 그런데 오늘 따라 할 일이 많았다.
밭에 심어 놓은 채소에 물부터 주어야 한다. 한달 이상 비가 오지 않아 가물대로 가물었으니 물을 주어야 한다. 물먹고 자라는 식물이라 피할 수 없어,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밭으로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물을 주고 집에오니 11시가 다 되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은행 업무가 있어서 은행도 다녀왔다. 오후 2시에 대학병원 영안실에서 입관예절이 있어서 연령회 회원들과 함께 병원으로 출발해서 조금 일찍 도착했다. 그래서 조금 기다리다가 입관예절을 마치고 연도를 바치고 나니 오후 4시가 조금 넘었다. 저녁미사를 마치고 레지오 회합까지 하려면 이제 빨리 집으로 가서 눈을 붙여야 했다. 집에 도착하니 4시 35분, 자기전에 미사와 회합준비를 다 해놓고 잠자리에 들면 일어나는데로 바로 들고 나갈수 있겠다 싶어, 그렇게 준비를 다 하고 나니 5시 15분. 안방으로 들어가 바로 잔다고 해야 1시간 15분이다. ‘저녁미사가 7시니까 6시 30분에는 일어나야하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아무래도 그 시간에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미사는 궐하고 레지오 회합에만 가야겠다 생각하고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가 오면 날 깨우지말고 먼저 성당에 가라고 전해줘.”
그리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얼마나 잤는지 모르지만 누가 큰소리로 ‘39분이다!’하는 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깜짝 놀라 눈을 떠 탁상시계를 보니 6시30분이었다.
누가 나를 깨웠냐며 거실로 나와 물으니 집사람(카타리나)은 혹여나 자고 있는 내가 깰까봐 조용히 미사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또 다시 왜 깨웠냐고 물었다. 집사람은 레지오 회합만 간다기에 깨우지 않았단다. 실은 최근에 본의 아니게 미사도 몇 번 궐하고 레지오 회합도 두 번 못 갔다.
평소 나는 나에게 “너는 성당에 다닌다면서, 뜨뜨미지근하게 신앙 생활을 하냐?”며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어떨때는 내가 한심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나는 누가 뭐라해도 하느님의 자녀야 그렇지?’라며 혼자 위로 받고 싶어할 때가 있어 가끔 중얼 거리기도 한다. 그동안의 모습을 되돌아 보고 나니 한 달 가까이 주님 대전에 못 간것이 몇 달은 된 것 같아 오늘은 꼭 피곤을 무릅쓰고 성당에 가야겠다 다짐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자고 있을때 누군가 나를 깨운것이다. 그렇다. 바로 보이지 않은 분이 나를 깨우셨다. 그분은 “미카엘, 잠은 성당에 갔다가 와서 자고, 미사에 참례 하거라”하시며 나를 깨우셨나보다.
성당에 가려면 집에서 20분 전에 나서야 하니 10분의 여유가 있었다. 서둘러 얼굴에 물을 바르고 빨리 준비를 하니 6시 40분이었다. 평소 집을 나서는 시간이었다. 피곤했던 몸은 금세 가뿐해졌고 성당을 향하는 걸음걸이는 가벼웠다. 조금전에 깨워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성당에 도착해 성전으로 들어서니 주님이 기다리신듯 신자들이 내가 좋아 하는 성가 330번을 연습하고 있었다. 모두가 나를 반기는 듯 기쁨이 넘쳐 흘렀다.
“이 못난놈을 사랑으로 깨워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6시39분이다!’라며 지금도 부르시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