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전체를 흥분케
○…교황을 만나고자 하는 열기는 소록도 전체를 흥분케 했다. 간간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 걱정을 하면서도 한껏 부풀은 마음을 달랠수가 없었던 헬기장 환영인파는 정시에 도착한 교황을 완전히 에워싸고 『교황만세』를 외치는 바람에 환영식장인 복지회관까지는 10여 분간의 시간이 지연됐다.
기상조건이 계속 호전되지 않아 15분이나 단축된 소록도의 만남은 정성껏 준비한 신자들의 기도와 약간의 프로그램을 생략할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교황이 남긴 사랑의 여운은 너무나 깊고 강열, 결교 지워지지 않을것 같다고 이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감격의 눈물 흘려
○…교황은 만남의 자리 맨 앞좌석에 자리한 김길호(디모테오)씨 등 중환자 13명을 각별한 애정과 사랑으로 감싸주어 보는이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교황은 거동이 불편해서 움직이기가 어려운 이들 환자 13명에게 일일이 축복을 내리면서 그리스도의 평화와 함께하기를 마음으로부터 기도했다.
교황은 이날 회장과 더불어 중환자들을 만나기로 되어있는 준비일정과는 달리 입장하면서부터 이들 앞으로 다가가 한사람 한사람씩 머리에 손을 얹고 이들의 아픈 상처, 고독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13명의 중환자들은 교황의 손이 닿을때마다 감격과 기쁨의 눈물을 쏟아 보는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Km당 로사리오 1번
○…사랑의 만남의 극치를 이룬 이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고통받는 이들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받았다.
교황의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게한 선물은 전국 가톨릭 나환자 정착촌 환자들이 드린 기도의 꽃다발 4만4백30킬로미터에 해당하는 교황의 이번 여정을 무사히 마치도록 봉헌 예물은 4만4백30킬로미터의 여정을 1킬로미터당 로사리오 기도 한번을 바친다는 놀라운 정성을 담고있다.
가로 1m20cm 세로 80cm 크기의 유리액자에 넣어진 이 선물은 교황의 여정을 그린 세계 지도위에 유리묵주알로 대형 로사리오를 표시해놓고있는데 묵주알 하나하나에는 교황의 얼굴이, 한 단을 마침하는 곳에는 폴란드의 수호자인 블랙 마돈나(검은 성모)의 얼굴이 각각 담겨져있다.
특히 보라색의 묵주알은 공산지역위에, 흰색의 묵주알은 자유진영에 각각 나누어 위채해 이데올로기로 대립과 반목의 벽을 쌓고 있는 현대 세계의 아픔 그리고 교황의 아픔을 그대로 대변해주고있다.
「꼬마 敎皇에 축복」
○…이날 만남의 장소인 복지회관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외에 두명의 꼬마교황이 나타나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미니 팝」이라는 명패를 가슴에 부착한 이 꼬마들이 한국나사업가연합회 회장 이경재 신부와 함께 로사리오기도의 액자를 봉헌하자 만면에 웃음을 가득 머금은 교황은 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했다. 「미니 팝」의 주인공인 안양 고천국민학교 3학년 김대건(10) 어린이와 2학년 배정호(9) 어린이는 교황할아버지를 가까이 대한 감격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듯 시종일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교황의 상징복장인 흰 법복과 빨간 망또차림으로 이날 행사에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교황의 큰관심사”
○…교황청에서부터 교황을 수행한 장익 신부는 교황성하가 이번 방한행사중 나환자들과의 만남에 세심한 배려를 하고자 했던만큼 나환자들과의 만남은 『교황의 큰관심사였고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고 실무자의 입장을 밝혔다.
봉사자들 격려
○…소록도에서 교황은 환자들에게 뿐만아니라 봉사자들에게 특별한 사랑으로 격려, 봉사자의 임무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나환자들과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의무요원. 직원등 모든 봉사자들에게 『여러분이 하고 계신 일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인간애에서 우러나온 매우 고귀하고 몰아적인 봉사』라고 전제, 『여러분이 그토록 아낌없이 베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히려 제일 많이 받고있는 사람은 여러분』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님께서 여러분의 선량한 마음을 기쁨과 평화와 깊은 사랑으로 갚아주시길 빈다』고 말한 교황은 특히 가톨릭구라협회회원들, 30여 년에 걸쳐 안양. 칠곡 그밖의 여러곳에서 병고에 시달리는 형제들에게 지칠줄 모르는 봉사를 해온 여러분께 특별히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성금 2만 5천弗 기증
○…환자들과 함께 주의 기도를 뚜렷한 한국말로 바치면서 더욱 가깝게 일치의 모습을 보인 교황은 이날 소록도 주민들에게 십자가의 사랑과 함께 2만 5천 달러의 성금을 기증, 어버이다운 사랑의 마음을 펴보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강력한 사랑의 메시지
○…이날 만남에서 사회를 맡았던 소록도 관사성당 사도회장 강성호(시몬)씨는 『3년 이상 계속 음성으로 판정돼야만 떠날수있는 땅이지만 막상 소록도를 나서도 선뜻 반겨줄이가 거의 없는 현실속에서 2천3백여 나환자들은 교황성하를 뵙는 영광을 입었다』고 감격해하면서 『이땅은 그분의 방문으로 사랑이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강조했다.
방문기념 3층탑
○…이날 소록도 복지회관 앞마당에는 교황의 방문을 기념하는 조그만 3층기념탑이 세워져 눈길을 끌었다.
물론 만들어진 이 3층탑 정면에는 『교황성하께서 이 섬을 방문하셔서 우리들에게 사랑과 용기를 심어주시고 이땅 모든이에게 사랑과 평화의 빛이 담긴 희망의 말씀은 주시다』라는 기념글을 새겨넣었으며 뒷면에는 교황문장이 새겨져 교황방문의 감격을 영원히 간직하려한 소박한 마음을 엿보게 했다.
동양화 한폭 선물
○…국립 소록도병원에서는 교황에게 방문선물로 가로 30cm*세로 65cm의 동양화 한폭을 선사했다.
이 그림은 얼마전 세상을 떠난 나환자 금석(錦石) 김종표씨가 그린 산수화로 전형적인 동양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