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신앙수기] 스카이 씽씽

전양순·춘천시 약사동59-3
입력일 2011-05-27 14:36:18 수정일 2011-05-27 14:36:18 발행일 1983-07-03 제 136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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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막바지에 이르던 어느 날, 나는 뜻하지 않은 수난을 겪은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 집에는 6살짜리 손녀와 4살짜리 손자가 있고 마당에는 5, 6명이 탈 수 있는 그네가 있어서 항상 이웃 어린이들이 모여와서 놀고 있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카이 씽씽을 잃어 버리게 되었는데 그때 우리 집에 와서 놀고 있던 국민 학교 4학년쯤 되는 이웃 어린이에게 우리 스카이 씽씽을 보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 어린이의 대답이 저쪽에서 어떤 형이 타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그 어린이가 너무 쉽게 대답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찾아 가지고 올 것을 부탁하였다. 그 어린이는 급히 뛰어 나갔다가 잠시 후에 되돌아 와서는 이미 그것은 주인이 찾아갔다는 말을 하였다. 나는 그 어린이가 근거 있는 말을 한 것 같아서 그 어린이를 앞세우고 그 집을 찾아갔다.

그 집은 우리 집에서 3백m쯤 떨어진」 곳이 있는데 그 집 문 앞에 갔을 때 주인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우리 아이가 스카이 씽씽을 하나 주워서, 보관 하였다가 주인을 찾아 주었다』는 장활한 설명을 듣고 되돌아오게 되었다. 돌아오는 도중에 스카이 씽씽을 탔다는 두 형제 어린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때 그 어린이들은 나에게 이야기 하여준 어린이를 보고 왜 일렀느냐는 표정으로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나는 두 형제에게『너희가 남의 것을 타는 것을 보았으니까 한말인데 무엇이 잘못되었느냐. 우리 스카이 씽씽은 찾지 않아도 좋으나 과거에 나도 학교 선생님이었기에 너희가 잘못되는 것이 염려스럽다』라고 타이른 후에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한15분쯤 후에 조금 전에 만났던 두 형제의 어머니가 와서는 소리 지르며 학교 선생 다닌 것을 과시하면서 남의 아이들을 취조했다고 야단이었다. 그까짓 국민 학교 선생 같은 것은 우습게 본다면서 무시하는 어조였다. 너무 큰 소리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구경을 하였고 나는 자세한 설명조차 할 기회가 없었다. 보다 못한 이웃 아주머니가 젊은 여자가 나이 많은 분에게 삿대질을 하니 무슨 짓이냐고 나무라는 바람에 그 어린이 엄마는 되돌아갔고 가면서도 계속 무엇이라고 하였지만 내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분하고 억울하고 창피하고 또 뜻밖에 당한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주님은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셨고 오른 뺨을 때리면 왼뺨도 내어놓으라 하셨지만 실제로 당하고 보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행동이 없는 믿음이나 그 날을 너무 분해서 기도도 못하였다. 그 다음날 십자가 앞에 꿇어앉아『주님, 지금 당신은 저의 마음도 알고 계시고 저를 보고 계시나이다.제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십시오.』그때 내 마음에 떠오르는 성서의 구절이 있었다.『겉옷을 빼앗는 사람이 있거든 속옷을 빼앗아도 막지 마시오. 달라는 사람이 있거던 주고 빼앗는 사람에게서는 되돌려 달라고 하지 마시오.』(루까 6ㆍ29~30)

대단하지도 않은 스카이 씽씽을 찾으려고 했던 나는, 항상 청빈 안에서 생활해야 된다는 것도 실제는 생각과 말 뿐이었다는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나의 존재 의식의 함정에 빠져 물질 욕구의 쇠사슬에 묶여 주님 안에 자유롭지 못하고 주님의 자녀답게 행동 못하고 있음을 다시 깨닫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전양순·춘천시 약사동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