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이런 사람 이런 삶] 가정문제 상담원 서병수씨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9-06-25 01:40:00 수정일 2009-06-25 01:40:00 발행일 1998-09-13 제 2119호 1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고통받는 사람들의 따뜻한 ‘말벗’
그가 가정문제 상담에 나선 것은 호스피스활동을 하면서부터 환자가 죽기까지 환자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무관심한 듯한 풍토 때문이었다.
『초보이지만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를 통해 함께 완성된 인간으로 나아 가고 싶습니다』

지난 6월부터 마천본당 한 모퉁이를 빌려 가정문제 상담에 나선 서병수(디모테오ㆍ53)씨는 1년전까지만 해도 상담에는 문외한이었던 말 그대로 초보다.

그가 가정문제상담에 나선 것은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부터. 환자가 죽기까지 환자가족들이 겪는 고통에는 무관심한 듯한 풍토가 서씨를 이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신앙심만으로는 이웃돕기에 한계를 느낀 그는 지난해 3월 한림대학교 대학원에 개설된 「가족치료」연구과정에도 겁도 없이 명함을 내밀었다. 그리고 올 2월, 1년에 걸친 연구과정을 마친 그는 부족하지만 답답해하는 이웃과 시간나누기부터 하자는 생각에 혼자서는 벅찰 게 뻔한 상담원역을 맡고 나섰다.

익명성을 요구하는 상담의 특수성으로 1주일에 기껏 한두명이 찾는 상담소를 지키길 3개월여. 짧은 기간이지만 매주 일요일 오후시간을 봉헌해온 그는 상담 내 방자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가 변함을 느낀다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과거의 가짜 자아에 묶여 집착에 빠진 현재의 자아가 문제의 근원이면서 동시에 실마리입니다』

과거의 자아가 묶인 실타래를 풀어주는 역할을 교회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씨는 좀 더 경험이 쌓이면 가정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집단적으로 풀어볼 수 있는 집단상담도 해보고 싶다고 밝힌다.

본당에서 뿐 아니라 성남 가정법률상담소에서도 토요일 오후 상담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그는 가장 작은 교회인 가정의 문제는 공동체 차원에서 함께 관심을 가지고 해결을 모색할 때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역설한다.

곧 자신이 맡고 있는 가정문제상담 외에 법률상담과 의료상담 등으로 본당의 활동이 확대돼 나갈 것이라는 소식에 서씨는 『교회가 시간을 나누고 능력을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로 커나갈 것』이라며 누구보다 기뻐했다.

환경과 삶이 유사한 지구별로 상담활동이 확대되고 저변화될 때 가정의 위치가 교회의 주춧돌로 확고히 자리잡아 나갈 것이라는 서병수씨는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삶의 진리를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