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건 좋은거지. 수지 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한때 국내 가요계를 평정(?)했던 김국환씨의 ‘타타타’란 노래의 한 구절이다. 당시 모 방송 드라마 삽입곡으로 흘러나온 것이 인연이 되어 장안의 화제를 모았었다. 연속극 중 ‘대발이’ 어머니(김혜자 분)가 남편과 자식들 수발에 지치고 힘들 때, 서럽고 외로울 때 라디오를 통해 즐겨 듣던 그 노래다.
주로 밤무대에서 활동하던 가수 김국환이 TV에 얼굴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된 노래이기도 하다. 맑고 또렷한 목소리에 고음처리가 돋보였던 김국환씨가 “음 허허”하고 노래하던 모습이 새롭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거지 그런거지, 음 허허”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들 한다. 인생의 앞날은 미리 예측할 수도, 미리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이다. ‘회남자’의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이 말은 “옛날 북방의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이 달아났다가 준마(駿馬) 한 필을 데려왔는데, 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다리가 부러져 전쟁에 나가지 않게 되어 목숨을 구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됐다.
노래 ‘타타타’가 품은 속내도 비슷하다. 인생사 길어야 7~80년. 앞으로 남은 세월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지. 노래 제목 ‘타타타’도 산스크리트어로 ‘있는 그대로의 진실된 모습’이란 뜻이다.
지난 12월 7일자 본지에 난원공이란 심장병을 앓는 이준호군의 딱한 사연이 소개됐다. 보도가 나가자 십시일반 온정이 줄을 이었다. 한 주만에 4천만원을 넘기더니 2주만에 7천만원을 넘어섰다. 보통 천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그 액수가 상상을 초월했다.
놀라운 건 액수가 아니다. 이군을 비롯해 올 한해 신문에 보도된 21건의 딱한 사연의 주인공들에 보내준 독자들의 성금은 예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기적은 이처럼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참 살만 하지 않은가.
‘한비자(韓非子)’에는 ‘맹구지환(猛拘之患)’이라는 고사(古事)가 나온다. 사나운 개(猛拘)가 있는 가게에는 손님이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국시대 정치가였던 순자(荀子)는 ‘선비에게 질투하는 친구가 있으면 주변에 좋은 친구가 모여들지 않는다. 군주에게도 질투하는 신하가 있으면 그 주변에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직에도 사나운 개가 있으면 인재는 오지 않는다.
새 해를 맞으며 이 고사성어가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주인을 질투하는 사나운 개는 우리 마음 속에도 있다. 주인은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이다. 맹구는 질투의 화신으로, 사나운 발톱을 곧추세우고 주인을 향한 충성심을 거세하는 탐욕과 시기 등 의롭지 못한 모든 것들이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새 해는 나의 마음, 나의 삶 속에서 맹구를 훨훨 쫓아내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표리부동하지 않은 삶,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은 삶, 생각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어떠한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