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도일규 신임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장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7-01-14 19:46:00 수정일 2007-01-14 1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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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한번 당신의 도구로서 최선”

“너는 왜 성당 가자는 말 한번도 안 하냐?”

투정부리듯 친구에게 내뱉었던 한마디가 교회와의 기나긴 연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다.

1월 2일 서울 용산 국군중앙성당에서 봉헌된 군종교구 시무미사에서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장 임명장을 받아든 신임 도일규(안드레아.66.서울 반포본당) 회장은 ‘십자가가 너무 무겁다’는 말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번갈아 되뇌었다.

고3 시절 친구의 안내로 처음 명동성당을 찾은 후 자신을 이끄는 무엇인가에 도취돼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기까지 한번도 주일 새벽미사를 빠지지 않았던 까까머리 소년은 어느덧 자신이 38년간이나 몸담아왔던 군문에 새롭게 뛰어들 각오를 털어놓는 노장이 되어있었다.

“부족하지만 그간 주님께서 제게 주신 능력과 경험을 십분 활용해 다시 한번 당신의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도회장이 말하는 ‘경험’에는 남다른 무게가 실릴 법하다. 지난 1998년 육군 참모총장으로 예편하기까지 한미연합사 작전처장, 수도방위사령관, 제3야전군사령관 등 군내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보여준 그의 교회 사랑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다. 위관장교 때부터 부지런히 교회일을 챙겨온 도회장은 사단장 재직시절 매일 새벽 군영에 있던 성당을 돌며 어려움을 몸소 살피는가 하면 성당 증축에도 앞장서는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숨은 은인 역할을 해왔다. 이때문일까, 그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난 이들의 수는 일일이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전역 후에도 모든 일을 제쳐두고 군종후원회 부회장으로 교회일에만 매달려온 도회장은 군종후원회원들의 모습에서 소년시절 받았던 감동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다.

“교회는 물론 우리나라를 지탱해주는 힘은 다름 아닌 후원회원들의 기도와 사랑임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그분들의 걸음에 제 힘을 조금이라도 더 보태고 싶습니다.”

후원회 발전을 위해 나름의 복안을 털어놓으면서도 군사목 일선에서 뛰고 있는 군종사제들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는 도회장은 ‘야훼 이레’의 정신을 강조한다.

“선배들의 표양을 본받아 주님의 이끄심에 충실히 응답하는 자세를 갖춰 나갈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