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꼭지점 댄스를 배우며

입력일 2006-05-14 15:30:00 수정일 2006-05-14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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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학교에서 요즘 들어 행사가 많다. 천방지축으로 나대는 아이들 건사하느라 선생님들도 노고가 많으시지만 행사 때마다 준비물 챙기느라 애엄마도 새벽부터 분주하다. 물론 애아빠인 나도 수고로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엊그제 체육대회가 있었다. 날고 뛰는 아이들에게 준비운동이야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준비체조로 그 유명한 ‘꼭지점 댄스’가 ‘채택’됐단다.

그 덕분에 나 역시 퇴근만하면 한 두시간씩 인터넷으로 ‘김수로의 댄스 강습’을 틀어두고 춤 연습을 해야했다.

두어 바퀴 돌자 나름대로 땀도 차고 나중에는 애들보다 더 흥에 겨워 채신없이 팔다리를 휘저으며 온 방안을 헤맨다. 막상 스텝을 밟다 보니 이 희한한 춤이 왜 이리 인기인지 대강은 알 것 같다. 그리고 그 인기의 비결을 우리 교회가 한 번쯤 ‘사목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원의 메시지 선포

첫째, 이 춤은 단순하다. 하지만 강력한 매력을 갖고 있다.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약간의 변형을 주지만 이 춤은 단순해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복음은 단순하다. 교회와 신학자들이 아무리 어렵게 설명해도 그 핵심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구원받으라”는 것이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현대인들에게 간단명료하게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선포자의 삶의 증거가 필요하다.

들째, 이 춤이 끝없이 반복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하느님의 구원 업적은 한 번에 영원히 완벽하게 성취됐지만 우리는 성사를 통해 그 구원의 역사를 반복해서 체험한다. 특히 미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제사가 되풀이된다.

셋째, 전방위적이다. 춤은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며 사방을 두루 돌아봄으로써 함께 춤추는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도록 한다. 신앙은 우리 삶의 전방위적 고백과 실천을 요구하며 교회는 온누리에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 백성 모두를 빠짐없이 돌본다.

교회 공동체

넷째, 혼자 하면 쑥스럽고 때로는 정신 나간 사람 같지만, 같이하면 정말 재미있다. 열명보다 백명, 그보다는 수천명이 함께 하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한 사람이 아니라 인간을 공동체적으로 구원하기를 원하신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공동체이다.

다섯째, ‘꼭지점’이 있다. 춤추는 이들은 이 꼭지점을 정점으로 한다.

물론 모두 각자의 춤을 추지만 이 꼭지점을 기점으로 사람들은 하나의 일체감을 형성한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꼭지점으로 모인 백성들이다.

그리스도라는 꼭지점

그리스도라는 꼭지점은 우리 춤사위의 모범이며, 원천이고, 동기이다. 꼭지점은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삶의 모범을 보인다. 그리스도와 같이 사목자나 교회 지도자들은 사람들에게 지시만 하거나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흥에 겨워 살아감으로써 다른 이들은 그들을 보고 따라 나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춤은 한없이 퍼져간다. 꼭지점에서 시작된 춤꾼들의 대오는 사람들의 참여가 늘어가면서 그 뒤로 피라밋 모양으로 한 없이 확장된다. 우리는 아마도 6월, 월드컵 시즌이 되면 광장이나 거리에서 이런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 확장의 힘은 동료애이고 공동체 의식이며, 자신이 지닌 뜨거운 열정의 나눔이다. 착취를 위한 다단계의 유인이 아니라, 가진 것을 함께 나누고 풍요롭게 하려는 형제애의 발로가 바로 꼭지점 댄스이다. 이는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박영호 취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