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김혜윤 수녀의 성서말씀 나누기 (36) 욥기 3 욥기의 구조 (1)

김혜윤 수녀(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광주가톨릭대 교수)
입력일 2003-10-12 10:11:00 수정일 2003-10-12 10:11:00 발행일 2003-10-12 제 2368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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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계 구성…이중적 구도
전혀 다른 모습의 욥 제시
작은 수녀로 있을 때는 큰 수녀님에게 꼿꼿이 말대답하는 동료가 제일 부럽더니, 언니 수녀가 된 지금은 작은 수녀 눈물 쏙 빠지게 야단치는 동료가 제일 부럽다. 뭐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다보니, 주위에는 늘 부럽고 존경스런 사람들뿐이다. 그러나 때로는 나의 「불완전함」이 나에게는 「완전함」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그저 나다운게 가장 완벽한 것이니까. 세기의 명작 밀로의 비너스는 두 팔이 없는 모습으로 되어있지만 그 어느 작품보다 완벽한 구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 팔의 부재야말로 그 작품을 완벽함으로 이끄는 비밀인 셈이다. 인생의 부조리와 불완전성, 부재는 욥기에서 계속적으로 질문되고 있는 주제이다. 누구보다 가장 「완전한」 삶(신앙, 도덕, 윤리적으로)을 살았던 그였지만, 그것이 결코 「완전함」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욥은 고통과 질병, 몰이해와 소외라는 「불완전」한 상황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 과정을 진행시키는 욥기의 구조를 살펴보기로 하자.

대조적 묘사

일반적인 문학 작품들처럼, 전체적으로 욥기는 삼 단계 구성을 적용하고 있다 : 서론(1~2장) → 본론(연사 3장~42, 6) → 결론(42, 7~17).

그런데 특이하게도 위에서 제시된 세 부분은 「이중적 대비」라는 구도로 편성되어 있다. 즉 1) 서론과 결론 부분(1~2장 / 42, 7~17)이 「산문」(이야기체, narrative)으로 되어있고,

2) 중심 부분(3장~42, 6)은 「운문」(poetic)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문체적 구분(산문/운문)은 서로 상반된 욥에 대한 이미지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1) 산문체 부분(서론과 결론)은 욥을 매우 경건한 신앙인의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는 반면,

2) 운문체 부분(본론)에서는 하느님을 거침없이 비난하고 저항하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조적 묘사 때문에 학자들은, 전혀 다른 모습의 욥을 제시하는 별개의 자료층이 존재했을 것으로 보고 있고, 각기 다른 전승들이 후대에 융합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들을 정리하여보면 다음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1) 설화체(즉 산문부분 : 고난 중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는 욥)에 대한 민담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여기에 후대의 문학적 주제와 문체(운문 부분 : 극심한 고난으로 저항하는 욥)가 첨가되었다는 입장,

2) 또 다른 견해는 운문으로 표현된 부분(즉, 자신의 불행에 대하여 저항하는 욥)이 욥기의 본래적 부분이고, 산문체의 서론과 결론은 후대 편집자가 서론(prologue)과 결론(epilogue)으로 제시한 첨가 부분이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1)번 가설은, 운문 부분이 제시한 욥의 모습이 산문 부분 욥에 대한 일종의 개정판(revision)이라 이해한 입장이고, 2)번 가설은 운문 부분에 등장하는 욥의 부정적 모습을 전통적인 시각에 맞추어 수정(modification)하였다고 보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학계는 1)번 가설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즉, 운문 부분은 신명기 사가들의 논지에 대한 「지혜문학적 개정」(revision)이라는 것으로, 유다 사회의 전통적 사고 방식이었던 신명기적 사고방식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해석을 욥기의 저자는 운문 부분의 첨가를 통해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욥기의 신학적 주제를 다룰 때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다.

불완전함의 미덕

「팔푼주의」(八分主義)라는 말이 있다. 과욕을 자제하고 조금 모자란 듯이 사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자세라는 입장이다. 「불완전함」의 미덕을 너무도 잘 제시하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 배가 조금 고픈 것을 못 참고 기어이 냉장고를 뒤져 바닥까지 긁어먹은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 위를 좀 비워두었다면 편안한 밤을 보냈을 텐데, 늘 채워서 고생을 하는 셈이다. 결국 어제도, 이젠 습관처럼 되어버린 결심, 「내일 밤엔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지」를 반복하며 잠이 들었다. 근데, 이 글을 쓰는 지금, 오늘밤이 왠지 불안하다. 미리 먹어치워서 냉장고를 비워두어야겠다.

김혜윤 수녀(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광주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