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이승훈 베드로를 위한 칸타타 ‘초석’ 대본 집필한 김재청 작가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10-19 수정일 2022-10-19 발행일 2022-10-23 제 331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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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주님 바라던 이들 영혼에 위로 전하고자”
조선 신자들의 믿음에 감명 받아
교회사 주제로 한 작품 이어 집필
“신앙 뿌리 기억하는 음악 만들 것”

김재청 작가가 한국 천주교 첫 영세자 이승훈 베드로를 위한 칸타타 ‘초석’ 대본집을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한국교회사를 접한 순간부터 교회 역사와 순교자의 삶을 음악으로 남기며 사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0월 28일 초연되는 한국 천주교 첫 영세자 이승훈 베드로를 위한 칸타타 ‘초석’ 대본을 집필한 김재청 작가(솔로몬·46·수원 동판교본당)는 자신이 펜을 잡은 이유를 이처럼 설명했다.

김 작가는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무대 연출을 공부했다. 그는 데뷔작을 준비하며 외규장각 의궤 반환에 평생 헌신한 故 박병선 박사(루갈다·1923~2011)를 알게 됐다. 박 박사의 삶에 감명받아 그가 번역한 프랑스 외교 문서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자료에서 조선의 천주교 박해에 관한 내용을 보고 교회 역사에 눈을 떴다. “조선 신자들의 강렬한 믿음과 순종의 태도는 역사를 파면 팔수록 놀라웠습니다. 섬광같은 충격이었죠. 인간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를 느꼈습니다.”

김 작가는 그때부터 대중적 작품과 함께 교회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만들었다. 올해 2월에는 병인양요와 박해가 배경인 창작 오페라 ‘시간 거미줄’을 무대에 올렸다. 그는 ‘시간 거미줄’ 대본을 10년간 썼다. 원고를 수없이 고쳐 나간 시간만큼 그의 가슴 속에도 교회 역사가 깊게 새겨졌다.

김 작가가 음악에 담고자 하는 바는 뚜렷하다. “교회 역사 속에서 매번 조선 신자들이 느꼈을 신앙의 갈증을 떠올렸습니다. 주님을 그토록 바라던 이들이 주님께 가장 듣고 싶었을 말을 노래로 만들어 그 영혼에 위로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작품도 이번 칸타타도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김 작가는 칸타타 ‘초석’도 이승훈을 위한 곡이지만 그 시대 모든 천주교 신자에게 바치는 진혼곡이라고 설명했다.

칸타타는 종교적 극음악인 오라토리오를 축소시킨 것으로, 수백 년 전 만들어져 오늘날까지도 불리우는 명곡이 많다. 김 작가도 이처럼 “누군가를 영원토록 잊히지 않게 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또 “개신교에서는 칸타타가 많이 불리지만 천주교 안에서는 칸타타를 접하기 어렵고, 신자들도 마냥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칸타타를 시작으로 우리 신자들도 이를 친숙하게 여기고, 본당 성가대도 칸타타를 자주 부르면 좋겠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훗날 개항시대 혹은 독립운동을 했던 순교자에 관한 이야기도 곡으로 써보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앞으로도 신앙선조의 역사를 노래로 남기며 그 영혼들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이번 ‘초석’ 칸타타를 통해 신자분들도 우리 믿음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신앙선조들을 영원히 잊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도 우리 신앙의 뿌리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갈 것입니다.”

‘초석’은 10월 28일 오후 7시30분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사전 신청을 통해 볼 수 있다. 전석 무료.

※문의 032-765-6961 인천교구 사무처

염지유 기자 gu@catimes.kr